도토리들이 모여 서로 제 키가 더 크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더토리라는 놈이 나타나 나는 도토리의 '도'항렬보다 높은 자리인 '더'항렬이니까 자기 키가 더 크다로 우겼다.그 다음에는 다토리가 '더'보다 항렬이 위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건기침을 하고 나타난 놈은나토리다. 그는 '나'줄이 '다'줄보다 앞이니까 키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초부(樵夫)가 등장해 너희는 모두 키가 같다고 말해 이들의 싸움은 일단 끝나게 됐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여러가지로 빛깔은 다르지만 '도토리 키재기'식 우화들이 줄지어 서있음을 보게 된다. ▲최근 대구에서는 유흥업소의 불법영업을 단속하던 경찰이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성폭행하는가 하면 이 사실을 미끼로 업주가 경찰의 돈을 뜯어내다 붙잡히는 등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사건이 벌어져 우울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도토리 키재기' 우화를떠올리게 되는 까닭은 '악(惡)의 키재기'같은 모습들이기 때문이며, 우리 사회가 낫고 못한곳 없이 골고루 썩었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불법영업 신고로 파출소에 잡혀온 여대생을파출소장이 성추행하고 다음날 불러내 성관계를 한 뒤 불륜행각이 계속되자 이 사실을 눈치 업주가 파출소장을 협박해 몇 차례 돈을 뜯어내다 결국 들통이 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어둠을 극명하게 말해주는 대목으로 읽는다면 무리일까. ▲미성년자의 비행을 이용한 경찰관의 부도덕, 이를 역이용해 돈을 뜯어낸 유흥업소 업주의 추악성, 황금만능주의에젖어 이성을 잃어버린 젊은이, 이 모두가 그야말로 도덕성에선 키를 잴 필요조차 없는 '도토리'들이지 않은가. 이 사건으로 업주는 구속되고, '우리가 믿고 생선을 맡겼던 고양이'격인 파출소장은 직위해제됐지만 제2, 제3의 '고양이'가 생겨날까,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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