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끝에 발표된 퇴출 대기업의 명단은 일견 실속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우선 5대 그룹 계열 20개사의 면면을 보더라도 대부분이 소규모의 비상장 회사로 일반인들로서는 이런 회사도 있었나하는 반응을 보일 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은 또 재벌들이본래부터 정리 계획을 갖고 있던 것이 대다수이며 5대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퇴출기업에도 이미 부도상태이거나 사실상의 퇴출을 눈앞에 둔 경우가 상당수이다.
당초 판정의 목표가 부실기업들을 시장에서 제거시켜 정상기업과 살 수 있는 기업들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었다고 보면 과연 이런 기업들이 자금경색의 주범이 될수 있었을까, 또 이들의 퇴출로서 자금의 흐름이 정상을 회복할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도 이번 판정이 명백히 드러난 회계자료만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대그룹의 한계 계열사가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부실판정에서 제외되기도했음을 인정했다.
금감위는 부실기업 판정이 시작된 이후 줄곧 이미 죽어있는 기업들을 걷어내는 것이 이번작업의 본질이라고 밝혀왔다. 또 판정작업을 주도해온 금감위 관계자 역시 이번 판정에서는당장 퇴출시켜도 채권은행 및 모기업, 그리고 금융시장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기업들만이 포함됐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부실기업 시장 퇴출의 신호탄이며 이를 시발로 우리 경제의 회생 관건인 금융과 산업의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대내외적 천명이라는 데서 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관치금융에 길들여져 여신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온 우리 은행들이 사상 처음으로 50개가 넘는 기업에 대해 한꺼번에 퇴출결정을 내림으로써 앞으로 자신들의 생존을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기업평가 기능을 차츰 회복하는 계기를 찾았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번 퇴출 기업의 선정과정에서 노출된 은행들의 자행 이기주의는 이같은 기능의 회복이 손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각 은행들은 여전히 특정기업에 대한 여신규모나 담보확보 등 이해관계에 따라 부실 여부에 이견을 보여 부실기업의 판정 원칙이 반드시 해당기업의 사업성이나 정상화가능성에 있지 않음을 노정시켰다.
이같은 이해의 상충과 갈등은 앞으로 기업과 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은행은 물론 모든 금융기관의 일사불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는 퇴출기업 명단 발표와 함께 보다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의 추진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기관의 적극적인 가세를 선언했다.
5대그룹 계열사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차단하는 한편 정부가 의도하는 빅딜에 비협조적인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여신을 중단시켜서라도 퇴출을 유도하겠다고 경고했다.우선은 우리 산업의 병든 꼬리 부분만을 잘라냈지만 이를 시발로 해 몸통과 머리의 병소도가차없이 도려내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민주 "김민석 흠집내기 도 넘었다…인사청문회법 개정 추진"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