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착각의 시대

입력 1998-06-18 15:02:00

*총체적 착각

왜 그럴까. 온통 착각 천지다. 초여름인데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피나하면 장다리물떼새와같은 겨울 철새가 찾아들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정보화시대임에도 아직 산업화 또는 농경시대로 착각하고 있나하면 벌써 IMF가 지나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그리고 정치인이나 공무원 그리고 지식인 언론인들은 자신이 개혁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사람들만 개혁대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뿐인가. 교육부의 촌지개혁 해프닝도 현실을 잘못 본 착각의 소산이며 특히 국민회의가 툭하면 "국민이 원하다"는 소리도 착각의 경우가많으며 여야는 자기정당만이 개혁할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여당은 야당으로, 야당은 여당으로 서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 착각은 비극

지난 6·4지방선거때 자민련 박태준총재와 한나라당 김윤환 부총재의 입씨름에서 서로 자기가 TK 맹주로 착각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주지하다시피 전라도지역은 한(恨)의 정서라면 TK지역은 반(反)의 정서다. 그동안 반YS 반DJ 정서로 박총재와 김부총재의 입지가 강화된 일은 있으나 친TJ나 친허주성향이 빚어낸 결과는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착각은 희극으로 끝나지만 그러나 최고권력자의 착각은 비극으로 연결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김대중대통령이 방미중 언급한 지역연합론이나 최근 여권이 내놓은 전국정당화 방안인 독일식 정당 명부제로는 결코 지역감정을 해결할수 없다. 그냥 한번 해보는 야당식체질에서 나온 착각이 아닐까. 반DJ정서의 해소는 인도의 격언처럼 북소리를 잡으려면 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개혁에 있어 빅딜은 국민을 감동시키는 수준이어야 한다거나 기업의 구조조정은국민이 납득해야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발언도 착각이다. 국민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다. 자칫국민감동수준이 되려다가는 그야말로 감정적으로 처리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경제가 효율적으로 발전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국민의 정부라해도 이렇게 전문가 영역마저 국민을 의식한다면 문민의 전철을 밟지않을까 걱정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후보시절이었을때 어느 TV토론에 나와 전자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서울 당산철교를 허느냐 마느냐도 서울시민에 컴퓨터로 물어보면된다고 했다. 어떻게 다리의 안전을 시민이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안전은 안전전문가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을 경제위기에서 구한 대처총리도 합의의 정치 보다는 신념의 정치가 나라를 구했다고했다. 최근 호황의 영국경제를 이끌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블레어 총리도 민주주의(democracy)는 군중(demo)이 통치(cracy)하는 것이 아니고 장점(merit)이 통치하는 장점정치(meritcracy)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국민이 원하는대로 하면 좋은 것이다라는 주장은경우에 따라서는 착각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를 의식해야

나라를 개혁하려다 개혁의 고통으로 인해 인기를 잃어 정권을 내놓은 나라가 많다. 뉴질랜드 헝가리 영국등이 그 예이다. 정권은 잃었지만 나라는 살렸다. 이의 반대편에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있다. 그러나 이순신장군의 말씀처럼 생즉사(生卽死)고 사즉생(死卽生)이라는 심정으로 개혁에 임한다면 길은 있을 것이다.

최근 기업구조조정이 부진하자 민간자율의 약속을 깨고 정부가 나섰다. 특히 외국자본들이한국의 개혁의지에 의심을 갖고 떠나려고 하고 있기에 다급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개입은 위험한 발상이다. 경제에 관한한 정부가 시장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정부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인기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나라에서 시장이 없다는 것은 착각이다. 어떻든이번 경제개혁마저 착각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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