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명단 발표 與野 시각

입력 1998-06-18 15:27:00

여야는 18일 정부가 부실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하는데 대해 서로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부실기업 퇴출방침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한 자율적 조치임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경제회생과 구조조정 노력 등 개혁을 위해서는 부실기업퇴출이 선행돼야 한다며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 등 야권은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 발표로 인해 기업들의 경제회생의지가 위축될 것을 염려하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경제계에 심각한 후유증이 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국민회의-정부가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방침을 정하고 명단을 발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부실기업 선정과정에 정부나 당이 결코 개입하지 않았으며 각 기업 채권은행단이 자율적으로 퇴출에 대한 기준을 세워 결정한 것임을 강조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부실기업 퇴출은 당에서 개입할 일도 개입하지도 않았다"면서"은행들이 자율적인 기준을 세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기업 퇴출이 구색맞추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잘못 이해하고 하는 소리"라면서 작위적 선정이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김의장은 "구조조정과 기업 재정비는 구분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뒤 "기업도 회생을 위해서는 부실기업 퇴출 등 방법을 사용,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병석(朴炳錫)수석부대변인도 "경제구조조정의 첫번째 핵심은 모든 기업을 다 살리려하다가는 모든 기업이 전부 망한다는 것이며, 두번째 핵심은 나에게 쓰레기는 다른사람에게도쓰레기이고 반대로 나에게 황금알을 낳은 거위는 다른 사람에게도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는사실"이라고 논평했다.

박수석대변인은 또 "우리나라는 지금 침몰직전에 있는 배의 선장이 승선인원 10명중 7,8명만을 살리기 위해 모든 짐과 2,3명을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자민련-이번 퇴출기업 발표가 우리 경제의 건실성을 높이고 경제구조조정의지에 대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업정리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 실업자 급증 등'부작용'이 클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정부측의 철저한 대응을 촉구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퇴출기업 선정에 부채비율, 생존가능성,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고려됐을 것"이라면서 "우선 은행거래 중단 등 일종의 청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후속조치와 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경련 등 경제단체장들을 불러 거듭 당부한 점을 주목해야한다"면서 "결국 구조개혁을 잘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이태섭(李台燮)정책위의장은 "실업자 양산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현재 정부가 마련해 놓고 있는 실업대책을 강화하고 내실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부실기업 정리로 인한 부실채권 급증 등 국민경제 부담을 최소화하기위해 청산보다는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회생가능한 기업을 지원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며 "인수기업에대한 세제혜택이나 예산지원 등을 위해 입법조치 등 정치권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민련은 특히 퇴출기업 처리에 대한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실기업 정리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은행권은 청산, 일부 사업부문 매각, 인수·합병(M&A)기업 선정등에 대한 자율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 발표로 인해 야기될 기업들의 '경제의지' 퇴색과 이에 따른 후유증에 대해 심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인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기업의 퇴출방식은 법과 제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가나서 기업의퇴출여부를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아니라, 향후 경제회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 발표로 기업들이 앞으로 수출 등 경제회생에 주력하기보다는 정치상황에 민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희(李祥羲)정책위의장은 "정부가 퇴출기업을 선정하고, 이를 발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 발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말했다.그는 "부실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에 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퇴출기업을 임의적으로 선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수출보다는 정치상황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승수(韓昇洙)의원은 "현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한 게 사실이지만 문제는 퇴출기업을 가리는 기준이 투명한가 여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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