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8-06-17 15:47:00

우리는 서로 다른 두가지 속담을 갖고 있다. 하나는 "한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아니다"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분다는 증거이다"이다. 한국과 북한은 90년 서로 서울과 평양에서 축구시합까지 해놓고는 그 뒤는 영 남북교류가 진행되지 않은 등 우리가 겪은 많은 실패의 경험은 전자의 속담에 해당된다. 그러나 70년대북경서 미국과 중국이 핑퐁을 하더니 그토록 두텁게 느껴지던 죽의 장막이 걷히고 미.중은수교를 했다. 이외도 83년 야구중계를 하던 TV방송에서 갑자기 "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로시작된 중국민항기 망명사건은 뜻밖에도 우리와 중국이 외교관계를 맺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는 후자의 속담에 해당되는 경우이다. 16일 세계를 감동시킨 5백마리 소떼의 판문점 통과는 과연 어느 쪽 속담에 해당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외국언론의 보도대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민간외교이자 황소외교가 일회성으로 끝나서야 되겠나하는 기대를 할 뿐이다. 외교적으로도 정부관리의 동행없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간것은 대단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일이라고 한다. 정경분리의 정책이 벌써 효과를거두고 있다는 섣부른 관변학자들의 발언도 나오고 있다. 우리 민족에 있어 소는 모든 덕의 상징이다. 이광수의 우덕송(牛德頌)에서도 소는 우리 인간이 본받아야 할 선생이라고 까지 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민족으로서는 소를 거의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왔고 또 그렇게생활해 왔던 탓이었으리라. 소떼의 방북은 그래서 다른 민족보다 더 큰 감동이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실향민 노인의 이 멋진 아이디어가 통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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