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장애인인 최재효씨(23.대구시 서구 내당동)는 약간 어눌한 말과 중심을 잃고 다소 흔들리는 몸짓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임없이 일을 하며 고단한 삶을 살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가족을 위해 온전치 못한 자신을 기꺼이 내놓은 그는 말없이 부모님을 부양하는 효를 실천에 옮겨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재효씨는 IMF가 터지기 전만해도 아버지 최성모(51) 어머니 장용희씨(48)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수년내에 제과점을 차려 자립하겠다는 다부진 미래를 설계하며 오붓이 살았다. 그러나갑자기 터져버린 IMF 때문에 아버지가 막일거리를 잃고, 어머니마저 관절염이 도저 자리에눕자 졸지에 '장애인 가장'이라는 희안한 신세가 돼버렸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그는 대구인력은행의 추천으로 상인복지관이운영하는 한맘제과(641-1100)에 등록, 업무를 보조하며 한달에 25만원 내외를 번다. 오후에는 석간 1백부를 돌리고 또다시 25만원을 벌어 세식구가 사는 사글세 보금자리를 유지하고입에 풀칠까지 한다.
"워낙 사는게 빠듯해져 제과점 꿈을 당분간 접어두기로 했다"는 최씨의 처지를 아는 한맘제과점 장애인형 3명이 오전일을 마치고 신문배달을 나가야되는 그의 어깨를 떠밀어낸다.'노력한만큼 이뤄진다'고 믿는 최씨가 가끔 쿠키 재료를 잘못 잰다든가, 빵을 태우면 형들은화도 내고 욕도 해댄다. 하지만 그속에 들어있는 깊은 정을 알아차린 최씨는 결코 섭섭하지않다.
장애자들의 자활센터인 한맘제과에는 최씨외에도 교통사고 중도장애자 김선칠씨(40.대구시달서구 송현동), 지체장애자 빵기술자로 제과점에 근무하다가 IMF로 잘린 최성일씨(25.남구이천동), 초등학교때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자가 된 원성철씨(24.달성군 논공)도 일하고 있다.이들도 다같이 어려운 가운데 부모님을 모시고, 식속들을 먹여살리는 장애인가장들이지만이들은 가야할 길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 가고 있다.
비장애인들보다 몇배나 불리한 여건에 처한 이들이지만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수입밀가루보다 3배나 비싼 우리밀가루를 원료로 쓴다.
팀의 맏형 김선칠씨는 "우리밀빵을 생산하지만 상인복지관이 근린생활시설이지 상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빵집처럼 시장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규제가 하루빨리 풀려야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자들이지만 가족을 돌보고 우리밀살리기에도 앞장서는 그들을 보며, 신체의 장애가 진짜 장애가 아니라 마음의 장애가 진짜 장애임을 깨닫는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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