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중심잃은 정부.여당

입력 1998-06-17 00:00:00

정부.여당이 하는 일들을 유심히 보면'총체적 국정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않는다. 개혁은 커녕 개선도 아닌 소걸음(牛步) 내지 제자리걸음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산적해 있는 개혁의 앞 길에 고춧가루를 뿌려대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말로는 당력을 총투입해 개혁을 뒷받침한다지만 말처럼 잘 될 것같지가 않다. 두가지 예만 들어보자.

우선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 문제가 있다.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2년 임기가 마친 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는데도 뒷 소식은 감감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시도 때도없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여대야소가 되기 전까지는 국회를 정상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국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3권분립 정신을 바탕으로 한 헌법은 물론 국민들을 향한 행패가아닐 수 없다. 이는 정해진 원칙마저도 불리하면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뒷골목의룰이나 다름없다.

월드컵경기장 건설문제도 여당의 무원칙과 미숙함을 입증한 또 하나의 사례다. 공동개최국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아직 삽질조차 못하고 있다. 경기장 숫자를 놓고 갈팡질팡이다. 이러다가는 부실공사가 아니면 제 때에 건설을 마무리 못할 지도 모른다.

나라사정상 그리고 자치단체 주머니 형편상 무리라는 판단이라면 경기장 숫자를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정책의 일관성이다. 선거도 의식하고 대안없는 주민반발도 신경이 쓰이면 일관성은 애초에 기대할 것이 못된다.

야당할 때야 일단 반대해놓고 본다지만 지금은 말 한 마디가 곧바로 나라의 진로를 뒤바꿀수 있는 정책이 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쉽게 번복돼서는 안된다.또 그런 가운데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말그대로 사실일지라도 원칙과 규정을 깰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정부.여당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 원칙을 야당이나 국민더러 지키라고 한다면 영(令)이 설 리 만무하다.이것저것 다 의식하는 중심없는 여당, 무원칙한 정부를 원해서 이뤄낸 50년 만의 정권교체는 분명 아니다. 연습도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어 보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다급하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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