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내일 방북, 김정일 면담여부 최대관심

입력 1998-06-15 15:29:00

박세용(朴世勇)현대상선사장 등 현대그룹 임원과 수행원 7명이 15일 오전 베이징(北京)으로출발함에 따라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역사적인 방북 일정이 시작됐다. 또 소 5백마리를 싣기위해 개조된 트럭 50대도 이날 오전 7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출발, 낮 12시쯤 서산농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정회장의 이번 판문점 통과과정보다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의 방북기간동안 정회장이 북측의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는지에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 현대측이 밝힌정회장의 방북목적은 고향방문과 경협논의다.

정회장일행은 판문점을 통과한 후 곧바로 평양으로 간다. 평양에서는 이번 방북초청자이자현대측의 경협창구인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용순(金溶淳)위원장을 만나 경협문제를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정회장이 김정일(金正日)당 총비서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정회장측이 이번 방북을 통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사업은 금강산관광개발문제다. 현대측은 북측에 금강산지역을 자유관광특구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금강산인근에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짓고 올가을부터는 속초-원산간 유람선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89년 방북때 북측과 합의했다가 중단된 사업들이다. 현대는 또 현재 임가공형태로 화차를 생산하고 있는 철도차량사업을 북한의 합작회사로 전환하는 방안과 수리조선중심의 원산조선소 합작사업,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 대한 남북공동개발방안 등도 함께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회장의 이번 방북은 순수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과 경협의 일환이지만 지난 4월 베이징남북당국회담 결렬이후 다소 소강상태에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정회장이 대통령의 친서나 당국의 공식입장을 전달하는 일이 없다"고거듭 밝혔듯이 정부의 밀사역할은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김정일총비서와 만나거나북한당국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측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은 할 것으로보인다. 어쨌든 정부는 정회장의 방북이 남북관계에 물꼬를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徐明秀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