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민 '힘겨운 버티기'

입력 1998-06-15 14:01:00

대량실업과 실질소득 감소에 허덕이는 서민만큼 축산농민의 주름살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한우와 젖소에 이어 괜찮다던 산지 돼지 값도 생산비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까지 추락했다.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축산물 가격은 농가 부채로 고스란히 남는다. 하지만 정작 이를 먹어야 할 소비자는 점점 소비를 줄인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축산물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수입 의존율이 높아져 결국 축산물의수입원가 상승만 부채질한다.

소, 돼지, 닭등 축산농가의 실태를 긴급 점검해본다.

▨소

소갈비 1인분에 5천원 받는 식당이 심심찮게 보인다. 소 값 하락의 결과다. 요즘 산지에서 2백여만원에 거래되는 한우(5백kg) 한마리를 파는 농민은 1백20만원을 손해본다. 인건비를빼더라도 60만원 이상 적자를 보는 셈이다. 소 수매를 시작한 축협이 직거래장터에서 등심(1kg)을 7천5백~8천원에 팔지만 소값 안정과 거리가 멀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한우 수소(5백kg) 값은 1년전보다 90만원 떨어졌다. 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야 하지만 올 4월의 소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6.2% 줄었다.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 공급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같은 현실에서도 올해 소 의무 수입량18만7천t으로 지난해보다 12% 늘어난다. 공급 과잉에 따른 소 값 바닥세는 당분간 진정될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경영규모를 줄이고 일본 '화우'와 같은 특성의 소 개발을 유도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대책없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돼지

96년 대만의 구제역파동이후 일본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돼지도 올 4월부터 가격하락행진을 계속했다. 경기불황으로 일본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내수시장도 불안한것이 원인. 20만원을 넘던 육돈 1마리(1백kg)값이 16만원대로 떨어졌다가 6월 초 18만5천원 선으로 다소회복됐다. 수치상 지난 해와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지만 사료 값 인상으로 생산비 부담이 크게 는 것을 감안하면 한마리당 3만~4만원 적자가 농민 몫으로 돌아간다. 돼지 1천마리를 키우는 농가는 가격하락이 심했던 5.6월에만 평균 4백만~5백만원의 빚을 질것으로 추산되고있다.

국민 한 사람이 돼지고기를 14.5kg(96년)먹던 것이 올해는 10kg을 겨우 유지할 것으로 축산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하락으로 양돈농가의 적자가 늘어나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엉뚱한' 일도 나타난다. 대구시내 한 백화점의 삼겹살 값(1백g)은 지난해 6월 6백50원이던 것이 올해 7백원으로 뛰었다.

▨낙농

낙농가는 전국적으로 10개 중 4개 꼴로 도산 위기감이 감돈다. 생산비의 70~80%가 사료비로 쓰이는데 수입사료 값 폭등때문에 요즘에는 한마리 키우는 데 3백80만원이나 든다. 그러나 시유(우유) 소비량은 지난 해보다 20% 정도 줄었다. 그대신 늘어나는 것은 분유다. 작년말 1천7백여t이던 재고량이 지난 5월 1만6천여t으로 폭증했다. 하루 50t의 마른 우유가 창고에 쌓이는 것이다. 우유 값을 내리라는 정부의 권고도 업체엔 '소귀에 경읽기' 꼴이다.상황이 이렇지만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르거나 제자리 걸음이다. 제과, 제빵, 외식업계의불황으로 재고량이 늘어나도 얌체 유업계는 값싼 '모조우유' 수입을 지난 해보다 늘렸다. 농민들도 지난해 3월보다 사육두수를 5만마리나 늘렸다. 업계, 농민, 소비자가 함께 죽는 꼴이다.

뒤늦게 정부와 축협이 앞장서 젖소 도태사업을 시작했지만 한우 값 하락 우려에 밀려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해외수출, 소비촉진운동, 북한 분유지원 등이 검토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양계

전반적인 소비 감소에도 불구, 삼복 더위가 기다리고 있어 닭 값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성수기 이후 닭 값이 어떨지 미지수지만 계란 값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올 1월 1천원을 넘었던 대란(10개) 값이 5월 말 6백90원으로 떨어졌다가 6월 초순에는 7백10여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값이지만 사료값 증가에 비추어 보면 '낳아봐야 손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역별 양계조합은 가격 보전을 위해 현재 대구경북에서 비축하고 있는 4백75만개의 계란을 1.2차로 나눠 7백15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노계와 저능력 산란계의 조기 도태도 가격 안정책으로 나오고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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