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리스트 대선자금 비화 파문

입력 1998-06-13 14:29:00

이른바 청구리스트의 정치권 연루설이 수사주체인 검찰쪽보다는 여당 주변에서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어 정치적 공방거리로 옮겨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방전의 주체인 여야간의 입장도 상반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듯 하지만 한나라당 원내외 중진인사들의 연루설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야당흔들기에주력하는 인상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권이 검찰수사가 진행되지도 않는데 흠집내기 차원에서 의혹설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구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놓여 있다. 급기야 대선자금에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 주요 거명인사들도 한나라당의 최고위층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전혀 근거없는 정치적 음해 라고 일축했다.

특히 대구·경북출신들은 청구리스트 수사가 정치권에서 연루자를 찾지 못함에 따라 여당이무리하게 대선자금까지 거론한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검찰에서 연루설이 흘러 나오기도 하지만 국민회의 등 여권에서 지역연합 정계개편과 관련이 있는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종금사비리에서 부산·경남을 흔들다가 이제 청구건으로 대구·경북을 흔드는점에 유의하고 있다. 야당길들이기 차원과 함께 두 지역의 분리 내지 분열작업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비리사건이지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이 아니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세력을 염두에 둔 사정 내지 엄포용 표적수사라는 야당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비리수사 때마다 사정이나 표적수사니 하는 것은 도둑이제발 저린 격 이라는 것이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청구에 대한 검찰수사는 당초 부도가 나게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한 것 이라며 청구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장부가 발견돼 수사가 그 쪽으로 진행됐을 뿐 이라고 표적설과 정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문제가 개인비리 차원이 아니라 대선자금으로 번져 나가자 국민회의도 신중한 입장이다. 자신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자칫 대구·경북의 한나라당에 '손'을댈 경우 닥칠 정치적 부담도 중요한 이유다.

표면적으로 자민련의 입장은 국민회의보다 더 강경하다. 자민련은 표적수사 야당탄압이라는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병호부대변인은 국난의 주요 원인이 정경유착에 있는 만큼 모든 의혹의 대상은 철저히 수사돼야 한다 며 청구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됐던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민련의 목소리는 대구·경북지역의 한나라당세를 다분히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느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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