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 사랑 한평생…한국 '테레사 수녀'

입력 1998-06-13 14:44:00

'나환자의 어머니'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의 디오메데스(Diomedes Meffert)수녀가 12일 낮 12시30분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선종(별세)했다. 향년 98세.

디오메데스 수녀는 1937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래 평생을 나환자등 사회에서 외면받는 사람들을 위해 의술을 펼쳤다. 1962년 경북 성주군 용봉 성심의원(현 대구가톨릭병원 부속 성주분원) 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나환자들을 '이 땅의 작은 예수'라 부르며 자기몸 처럼 받들고 사랑과 희생을 바쳤다.

1909년 독일 보쿰에서 의사 집안에서 5남매중 장녀로 태어난 디오메데스 수녀는 25세에 뷔르쯔부르그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35년 툿칭 포교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 1937년 수련자로 북한 원산에 도착하여 수련기를 마치고 38년 서원했다. 원산 함흥등지에서 병고에 신음하는 한국인 형제들의 아픔을 치유하다 1949년 북한 공산당에 체포돼3개월간의 옥고와 5년간 강제노역을 당했다. 1954년 독일로 송환됐지만 한국을 잊지 못한디오메데스 수녀는 1958년 한국에 다시 돌아와 대구 파티마병원 의사로 근무하며 인술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심어왔다.

특히 디오메데스수녀는 95년 87세의 고령이 될 때까지 성주 용봉에 머물며 의료활동을 계속해 '한국의 테레사 수녀'로 불렸다.

"나환자가 돼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할 정도로 나환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는데진력한 디오메데스 수녀는 독일인 특유의 절약정신으로 나환자의 자녀들을 공부시키는 사랑까지 실천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늘 소녀같은 홍조를 띠며 특히 자신에게 철두철미했던 수녀는 수도 서원60주년(6월 29일) 축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평생을 두고 사랑했던 한국에 묻히기를 기원하며 세상을 떠났다. 장례 사도예절은 14일 오후 2시 대구시 북구 사수동 포교 성베네딕도 수녀회 본원 성당. 장지는 본원 수녀원 묘지. 문의 (053) 313-3434.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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