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SOHO) 안방에서 아이디어로 승부

입력 1998-06-11 00:00:00

소호족이 늘고 있다. 남들 출근할 시간에 늦잠자고 남이 잠든 시간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사람들. 자신이 사장이면서 직원이고 출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일거리를 발견하면 두 눈을 번뜩이며 먹이를 찾은 맹수마냥 순식간에 해치운다.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는 IMF시대를 헤쳐가는 슬림형 사업을 말한다. 책상하나에 전화기 한대 갖춘 사무실이나 가정집 안방이 바로 소호족의 아지트. 사업 아이디어하나가 소호의 생명줄이다. 창업비용이 적다보니 망해도 별로 손해볼 것은 없다.'포일IP' 대표 권성탁씨(36)는 전형적인 소호족이다. 다니던 회사마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신경질이 나서' 독립을 결심했다. 권씨는 신문, 방송, 잡지에 실리는 현상공모를 모아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즉 IP(Information Provider) 사업자이다.아파트 방 한켠이 권씨의 사무실. 컴퓨터, 스캐너, 전화기가 사무집기 전부다. 95년 7월 시작한 사업이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하더니 IMF이후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짜를 노리는 쿠퐁족만큼 현상공모를 통해 상품을 챙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

현재 유니텔(GO LUCKY), 나우누리(GO GONGMO), 네츠고(GO GONGMO)를 통해 정보를제공하고 있다. 분당 이용료는 30원. 정보통신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대 5로 이용료 수익을 나눈다. 한달 수입은 2백만~3백만원선. 매달 PC통신이나 인터넷 사용자의 이용시간이다르기 때문에 수입에 차이가 난다. 권씨가 현상공모란에 올리는 정보는 한달 1천~2천건. 매일 20여가지 신문을 받아보고 TV, 라디오도 참고한다. 상품명 응모, 아이디어 공모부터 시작해서 논문 공모까지 모두 권씨의 정보거리다. 최근엔 IP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창업컨설팅도 하고 있다.

하루 8~10시간 정도 일합니다. 휴가를 가거나 친구집에 가도 컴퓨터만 있으면 작업을 할수 있기 때문에 아무 걱정이 없죠. 아직 IP사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한한 성공가능성을 지닌 업종입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서상현씨(32)는 최근에 '엠앤지'라는 회사를 차렸다.종전에 안방에서 하던 일을 가정집 지하 사무실로 옮기고 회사 이름을 달았다는 것 외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창업비용은 6백만원 정도. 사무실은 아는 사람을 통해 공짜로 얻었고창업비용 대부분은 컴퓨터 등 사무집기를 새로 구입하는데 썼다.

서씨는 가족용 홈페이지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제작비 10만원에 연회비 19만원이면 인터넷상에 가족 홈페이지를 만들고 매달 자료를 올려준다. 인터넷 주소가 적힌 명함도 보너스로만들어주며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진판매도 구상 중이다.

단순히 인터넷을 검색하는 차원에서 직접 홈페이지를 갖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수준으로 이용자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내용은 무엇이나 홈페이지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체 홍보도 가능하죠

소호족이 정보통신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주부도 집에 앉아서 얼마든지 사업을 할수 있다. '윤여사 홈서비스'는 080 전화를 이용해 주부의 소호창업을 유도한다. 기존의 이삿짐센터나 꽃배달업체에서 즐겨 써는 080 이용법을 가정에 응용한 것. '윤여사…'가 추진하는소호업종은 가정행사요리, 김치·밑반찬만들기, 세탁물관리, 장보기대행, 아이돌보기 등 5가지.

요리에 자신이 있는 한 주부가 가정행사요리 업종 회원으로 가입하면 '윤여사…'측은 이 업종에 해당하는 080 번호를 나눠준다. 회원은 같은 업종에 20명 정도까지 가능하다. 이들 회원은 업종만 같으면 똑같은 전화번호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잔치요리를 맡기려는 고객이전화를 걸면 고객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정행사요리 업종 회원에게 자동 연결된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고객이 찾아오는 셈이다.

창업비용은 전화가입비와 월이용료 4천5백원. 이밖에 '윤여사…'측에 공동 광고에 필요한 일정액을 내면 된다. 회원 전체가 한꺼번에 광고를 하기 때문에 비용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사업 성패는 광고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느냐에 달려있다. 〈金秀用기자〉문의)포일IP 053)856-2031, 엠앤지 053)744-9199, 윤여사홈서비스 053)65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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