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20대80의 사회에 대한 불안

입력 1998-06-10 15:10:00

오늘은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6.10 국민대회 11주년. 한국 민주화를 가능케 해 준 역사적 계기인 6월 항쟁의 정신은 역설적으로 이 땅에서 11년째를 맞는 지금 까마득하게 먼곳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린다. 6월 항쟁의 한 축을 이루어 투쟁했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에올랐고 또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맞는 '6.10'으로 올 6월은 그 의미가 크고 감회가 새로워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땅에 짙게 드리워진 경제 위기의 깊은 골은 시민들이 피땀흘려 이룬 '민주화'의 의미를 희석시켜 한 방에 날려버리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녀 두렵기조차 하다. 침몰 직전에 놓인 타이타닉호의 상태를아직 벗어났다고 할 수 없는 한국호의 승선자들의 유일한 화두는 경제 회복인 것 같다.생활이 아니라 생존에 매달리게 된 다수의 시민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50%대의 전례없이 낮은 투표율로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를 여실히 드러냈다. 민주주의의 절대적 신봉자인디제이가 이끄는 현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권에 대해서도 지역 편중인사, 정책의 혼선등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방미 외교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자금 지원에 경제 회복의 사활을걸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아이엠에프 체제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국가로 인정될 만큼 신뢰회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살 길은 수출 확대 이외에는 없으며 이를 위해 당장은 외국 자금의 도입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업의 구조조정을 최우선순위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개방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세계화 전략'은 현재로서는 유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범세계적 경쟁의 정글'에 그대로 발가벗고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아이엠에프 체제 이후에 우리나라가 어떤 경제 체제에 놓여 있을지는 경제전문가들도 드러내놓고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일본 엔화의 달러 환율이 1백40선을 위협, 아시아의 경제 위기 파급이 우려되고 있으나 미국이 방관 자세를 취하는 등 세계 정세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혐의가 짙다.

아시아에 대한 아이엠에프의 구제금융 지원 체제도 결국은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전개돼 상당 기간 외채를 얻어 외채를 갚는 악순환의 수렁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세계화의 덫'의 저자 한스 피터 마르틴과 하랄드 슈만은 범지구적 경쟁의 격화의 다른말인 '세계화'의 물결은 결국은 '20대 80의 사회'를 만들 뿐이라고 말한다. 각 나라에서 오로지 20%의 사람들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있으며 그 나머지 80%의 대다수는 실업자 상태, 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값싼 음식, 그리고상업적 대중문화 속에서 위로받으며 그럭저럭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유럽의 시각에서 이같은 문제를 따지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완성된 이후의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오늘 이 시점이지만 앞으로 올 사회체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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