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신승열)-의사도 때론 아프다

입력 1998-05-30 14:59:00

경제가 IMF 처방에도 불구, 수렁으로부터 헤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

다. 되레 당초 예상보다 실업자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등 사회 전반에 불

안의식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요즘 같으면 날마다 매스컴을 장식하는 '희망적인 언사'들이 도무지 공허

하게만 들린다. 최소한의 힘도 이미 없는 형편인데 무조건 '힘만 내자'고 말

만 한다고 없던 힘이 갑자기 나타날까?

병원에 오는 환자마다 저마다 개인적인 고민을 안고 있듯 의사도 인간인

이상 당연히 일상의 경험에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요즘 나 또한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침울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직업이

사람을 대하는 의사이니 기분에 그대로 좌우돼서는 안된다.

의사의 기분이 좋고 활기차면 환자들의 침울해 분위기를 밝은 쪽으로 바꿔

놓을 수 있고 또 이것이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종종 보게된

다. 그러나 역으로 만약 의사가 기분이 좋지 않고 맥이 빠져 있으면 환자에

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분위기가 상승 작용, 의사도 환자의 상태처럼 되어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자, 그러나 어쩌랴. '너무나 인간적으로' 내 얼굴은 내면의 불편함 때문에

잔뜩 찌푸려질 때가 많다. 얼굴의 찌푸려짐은 나름대로 내면의 불편을 해소

하려는 무의식의 발로인 것을 어지하랴. 나의 내면이 온화함을 찾을 때까지

이 얼굴을 그냥 둘 수 밖에. 단지 밝은 얼굴을 되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멈추지는 않는다. 잠자는 시간을 늘리고 생식을 하고 식욕이 떨어지면 하루

한끼를 줄이고…. 또 조용한 음악을 자주 듣고 때론 혼자 큰 소리로 외쳐대

고.

의사도 때론 심리적으로 아프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는 사실로 이해를 구하고 싶다.

〈제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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