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사후보 24시-이의근

입력 1998-05-29 15:01:00

28일 낮12시 포항제철 구내식당.

한나라당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 후보는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왕국이었다는 포철이 아닌가. 그런데 기우였다. 점심을 먹으러 온 3백여 근로자들은이후보를 환영하며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이후보는 식판에 밥을 받아 근로자들과 함께 앉아서 점심을 든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니선거판 종반에 대단한 호강이 아닐 수 없다.

후보등록 이후 점심은 차안에서 도시락으로 때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터다. 점심을 빨리 해결한 이후보는 문밖에서 기다린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근로자들과 일일이 악수를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후보는 이날 하루내내 포항을 누볐다. 도내 최대 표밭인데도 취약지로 분류돼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벌기 위해 아예 어제 포항에 와 하룻밤을 묵은 터다. 수면시간은 역시 4시간 남짓.새벽 5시, 시청옆 환경미화원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었다.

죽도 어시장을 한바퀴 돈 뒤 형산강 로타리에서 출근시민들과 악수로 한 표를 당부한 이후보는 아침 8시가 돼서야 선거운동원들과 아침을 들 수 있었다.

오전에는 포항시청을 비롯해 관공서를 돌았고 오후에는 죽도시장과 용흥동 아파트단지를 돌며 거리유세에 힘을 쏟았다.

"도지사는 도민을 위하는 자리이지 개인적으로 한풀이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자민련 이판석후보는 이런 점에서 적격이 아닌 것입니다"

선거전이 막판이 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인지 요즘들어 이후보의 연설은 사뭇 공격적이다. 특히 상대 이판석후보를 신랄하게 비난하는데 연설의 핵심을 맞추고 있다. 이날 연설에도 톤을 높여 이판석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이 많았다.

거리유세에서 청중도 많았고 반응도 좋았다. 이에 비하면 어제의 영천 역광장에서 가진 정당연설회는 실망스러웠다.

넉넉잡아 5백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것도 젊은이는 아예 없고 대부분이 할머니들이어서 냉담한 유권자 반응을 절감한 연설회였다.

밤 9시, 이후보는 솜처럼 지친 몸을 싣고 청송으로 달린다. 차안에서 잠시 눈도 붙였다. 원래 차안에서는 잠을 자지 않지만 요즘같이 피곤한 때에는 안 자고 견딜 재간이 없다.어제 하루 달린 것만도 5백㎞. 차종이 그랜저여서 기름도 많이 먹어 하루 기름값이 6만원을넘는 날이 많다. 그래도 더 많이 못다녀 아쉽기만 한 게 요즘 심정이다.

"내일 일정은 무엇이지?"

이후보는 잠이 쏟아지는 데도 습관적으로 일정을 챙겨본다. 청송에서 정당연설회를 한 차례갖고 오후에는 경주, 안강을 다니도록 돼있다. 밤에는 TV토론회가 있어 그 준비도 만만찮을 것 같다. "이제 일주일 남았구나" 이후보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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