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반수하르토 시위 강행-유혈충돌 우려고조

입력 1998-05-20 14:55:00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9일 조기총선뒤 사임을 골자로 한 정국 수습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주도의 민주화 세력은 수하르토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국민 각성의날'인 20일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강행키로 해 유혈충돌 사태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군은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대통령궁 주변과 인근 거리에 탱크와 병력 등을 추가 배치했으며 인도네시아 TV는 탱크 20여대가 배치되는 장면을 방영했다.

위란토 통합군사령관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며 학생들에게 '국민 각성의 날' 집회를 취소하도록 촉구했으며 중부자바주 지역 군사령관은 폭도들에 대해서는 현장사살 명령을 내려놓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학생운동 지도자들은 그러나 '국민 각성의 날' 집회에 자카르타에서만 1백만명이 참여해 반(反)수하르토 시위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서 병력이 집중 배치돼 있는 대통령궁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모나스공원(독립기념관)으로의 시위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와 학생소요의 온상이 돼 온 족자카르타, 북수마트라의 메단 등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대학에서도 국민 각성의 날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19일 오전부터 수하르토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하며 자카르타 중심가의 의사당에 모여든학생 1만여명은 의사당 건물과 주차장, 잔디밭 등을 점거한 채 밤을 지샌뒤 국민 각성의 날집회에 합류한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새로운 선거법을 마련해 조기총선을 실시하고 차기대통령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사태수습의 실마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한편 국제사면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 군부측에 '국민 각성의 날' 대규모 집회에자제력을 갖고 대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의 회교지도자중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던 아미엔 라이스는 20일 폭력사태를 피하기 위해 '국민 각성의 날'을 맞아 열릴 예정인 반수하르토 가두시위에 참가하지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이스는 국영 라디오와 TV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충돌과 유혈'을 피하길 바란다면서 반수하르토 시위에 참석하지 말고 집에 있을 것을 촉구했다.

앞서 라이스는 수하르토 대통령이 19일 국민담화를 통해 발표한 정국수습책이 미흡하다며즉각 퇴진을 요구했었다.

라이스는 당국이 자카르타 중심가에 병력과 탱크를 증강 배치하고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자 시위불참 결정을 내렸다.

라이스의 시위참여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시위는 강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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