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나눔의 지혜

입력 1998-05-19 14:19:00

모처럼만에 산을 찾았다. 산악회를 따라 봄철쭉을 구경하러 나선 길이었다. 어린 소년 마냥부푼 기대와는 달리 흐린 날씨는 화사하게 만개한 철쭉과의 만남을 시샘한다. 철쭉의 아름다운 자태를 즐기지는 못하였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산행은 상쾌하기만 했다.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정작 산행은 좋았건만 아뿔사, 주최측에서 식사를 미처 준비하지못한 것이었다. 총각들이 많이 참여한 산행이라 점심을 챙겨 온 사람은 여섯명에 불과했다.스물 여덟명중 여섯명, 과연 이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가 궁금해졌다.그러나 나의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 산악회 회장은 모두들 적절하게 둥글게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가져온 것들을 다 내어 놓고 같이 먹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넉살좋게 말한다. "자, 더불어 사는 사회니만큼 양이 적더라도 같이 먹읍시다!" 산행을 나선 이들 모두가 배가 고팠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다들 흐뭇한 표정이었다. 굶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우리 민족은 위기상황에 대단히 강함을 느끼며 같이 산행에 나선걸 무척 다행으로여겼다.

IMF 위기를 맞은 우리 국민은 또다시 위기에 강한 민족임을 세계만방에 과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애틋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뒷맛이 개운찮은 것은 왜일까.우리 사회는 아쉽게도 난국극복에 있어 너무 감성에만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다. 모금운동과임금삭감, 구매력 감소 등의 개인적인 처방으로는,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이 위기를 결코이겨낼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솔로몬의 지혜를 필요로하는 시기이다.

적더라도 골고루 나눠 갖는 지혜, 위기에 모두가 적극적이고 동참하는 자세, 임시처방이나인기위주가 아닌 근본원인을 찾아내어 그 결과를 최선으로 가져가는 정책, 함께 노력하는정신, 슬기를 선택하고,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발휘하는 자세,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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