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화 결단뿐인 인니사태

입력 1998-05-16 14:38:00

유혈충돌로 번진 인도네시아사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내란(內亂)상태에 휩싸여있다. 수하르토대통령이 집권(67년)한 이후 간헐적으로 들리던 '민주화'요구가 막다른 길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같다.

인도네시아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충 이렇다. 수하르토의 큰 딸이나 군부실권자에게 권력이양되는 권력내부이동이다. 또하나는 재야단체 등이 구성한 '국민위원회'가정권을 잠정인수하는 방법이다. 아니면 수하르토대통령이 지난번 대선을 무효화하는 초법적(超法的)조치를 취한후 대선(大選)을 다시 실시하는 방법이다. 대체로 지금은 내부권력이양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같으나 국민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4.19와 5.18을 겪은 우리로서는 인도네시아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화의 길을 택하기를 바라지만, 현재의 상황은 친위쿠데타나 군부집권이 가능할 수도 있는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에처해있다. 개발도상국 정상회담(G15)에 참석중 급거 귀국한 수하르토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책을 쓰고 있으나 이미 희생자가 3백명에 육박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여있다.

여러나라들이 이미 경제제재조치에 들어가 있고 마침 선진국정상회담(G8)이 열리고 있어 이자리서도 인도네시아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한 대책이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부의 압력에 의하지 않더라도 인도네시아는 이제 민주화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염증과 대통령일가의 축재(蓄財)에 국민들이 막다른 저항의 방법을 택하고있기 때문이다.

외신이 전하는 수도 자카르타의 모습은 전쟁터와 흡사하다. 일부 학생.시민들의 질서정연한시위가 있나하면 상점약탈.방화가 자행되고 있는 무정부상태나 다름 없다. 이제는 고교생까지 가세하고 진압군 일부가 시위군중과 구호를 함께하고 있는 민중봉기의 양상을 보이기까지 한다.

당초 '평화적 시위 보장'을 요구해왔던 미국도 사태해결에 액션을 취할 것 같은 조짐이다.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여러나라가 걱정하는 것은 30년이 넘는 1인 장기집권하에서 후계자가 길러지지 않았다는 점과 수권세력이 형성되지 않은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약 1백억달러의 투자를 하고 있어 경제적 이해관계도 깊다. 정부는 우선 교민들의 안전대책을 서두르고 있는데, 여러나라들은 벌써부터 상사(商社)와 자국민 철수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사태가 원만히 수습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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