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8-05-12 00:00:00

80년대초 주미(駐美)한국대사관 무관(武官)출신 재미동포와 군(軍)의 부패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군이 그렇게 썩어서 되겠는가…. 장군 승진하는데 1억이나 든다고 하던데…"라고 포문을 열었던 것. 그러나 답변은 "그런 부패라고 하는 것은 군내부의 문제아닌가"였다. 펄펄 끓는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도 마땅한 반격논리를 펴지 못해 '판정패'당하고 말았다. 검찰과 군수사당국은 아파트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해주는 조건으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군장교 2명을 검거 또는 구속하고 관련 공무원도 구속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의 부정.비리는 어느정도 충격에 면역(免疫)돼 있으나, 군장교들의 비리는 충격이 너무 크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수도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전국에 산재해 있어 유사한 부정이 빙산의 일각이 아닌지 우려된다. 공직자의 청렴은 일반공무원이든 군 공무원이든 모두 갖춰야 할 덕목의 최고가치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극히 일부이긴 하나 군장교가 그것도 군사시설보호구역해제를 미끼로 뇌물을 받았다는것은 이적(利敵)행위와 다를 바 없다. 어제 밤9시 MBC뉴스시간에 방영된 경찰관의 파렴치행위는 또 한번 분노를 삼키기 어려웠다. 불법체류 중국 조선족동포를 적발하면 봐주는 조건으로 50만~1백만원을 받아 챙겨왔다는 것이다. 낯을 들 수없는 몰염치한 범죄행위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국토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믿었던 국민의 군대마저 부패하고 경찰.행정공무원등이 끝간데 없이 타락하고 있는 마당에 '경제위기극복'은 물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몇십달러를 내놓고, 금가락지를 빼내놓던 그 많은 소시민들의 가슴을 이처럼 아프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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