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주정거장 미르 내년말 사라진다

입력 1998-05-07 14:01:00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Mir)가 지난 1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이번달부터 생을 마감할 준비에 들어간다. 현재 계획으로는 내년말이 임종시기다.

준비의 첫번째 단계는 현재 지상 4백㎞에 있는 미르를 지구 궤도상에 머물수 있는 최저고도인 지상1백50㎞까지 낮추는 일. RSA(러시아 우주국) 대변인 세르게이 고르부노프는 "미르의 궤도를 낮추는데 필요한 보조연료를 실은 화물우주선 '프로그레스 M-39호'가 오는 16일발사될 것"이라며 "이 화물선은 미르와 도킹, 지구쪽으로 궤도를 밀어낸다"고 밝혔다. 궤도를 낮추는 과정은 앞으로 8개월동안 계속되고 2~4개의 화물선이 수차례의 도킹을 통해 이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궤도를 낮춘 미르는 99년12월 지구로 떨어질 예정인데 대기권을 지나면서 대부분 불타 사라지고 남은 잔해는 바다로 떨어진다. 중량 1백24t의 우주정거장 미르에는 현재 2명의 러시아인과 1명의 미국 우주인이 활동중이다.

미르호의 폐기는 러시아가 우주 개발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상실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러시아 관계자는 "미르호의 폐기는 슬픈 일이지만 너무 낡고 오래돼 새 것으로 교체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미국측은 사고와 기기결함이 잦은 미르의 임무를 끝내야 한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모스크바측에 주장해왔다. 미르에 투입될 에너지와 자금이 새로운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투자돼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라는 이름의 새로운 우주정거장은 미국과 러시아, 일본, 유럽, 캐나다가 공동으로 6백억달러를 투입해 제작에 들어간 상태. 미르호가 내년말 운명을 마감하지 않을 단 한가지 가능성은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뿐이다.

미르는 냉전의 과정에서 생겨났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한창 치열했던 시기에 개발되기시작, 지난 86년 발사됐다. 미국이 달착륙과 우주왕복선 개발에 부심하고 있을 때 소련이 우주정거장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도 냉전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71년 살류트1호를 개발, 발사한지 15년만에 미르를 쏘아올리며 우주정거장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 소연방이 해체된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94년 우주정거장 공동개발에 합의했고 이때 이미 러시아의 우주개발 후퇴가 점쳐져왔다. 미르의 폐기는 냉전에서 화해로 바뀐 세계사에 또다른 하나의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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