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자체 유통시설 확보경쟁 우려

입력 1998-05-07 14:21:00

우리는 조만간 지방화 2기를 이끌어갈 자치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자치단체장의 선출기준과 자격은 사람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륜과 능력, 인격과 덕망, 도덕성과 참신성, 추진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중요한 자격요건이 될 것이다.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는 현재 재임중인 후보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개방화, 지방화시대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하나 추가하고자 한다. 유통부문의중요성을 인식하고 유통업의 발전을 통해 지방경제를 살려 나가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통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역실정에 알맞은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기일수록 유통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도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물가안정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과거 1970년대 극심한 실업문제와 물가상승에 시달렸던 일본이 유통업혁신을 통해 실업과 물가 두가지 문제를동시에 해결했던 사례도 있다.

유통부문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여 무계획적으로 유통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주민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농산물도매시장이나 물류센터의 건설보다는 위천단지 문제나 교통, 환경, 교육, 주거문제가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또한 유통부문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도낮고 대규모재원이 소요되며 당장에 나타나는 효과도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반면에 경북도의 관점은 다를 것이다. 대구지역에 대규모 도매시장이나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2백50만 대구시민이 필요로 하는 식품을 차질없이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2백80만도민의 생활과 삶의 터전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이와같이 자치단체간에 우선순위가 다른 정책목표를 적절히 조정하고 상호간에 중복투자를피함으로써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은 두 자치단체간의 협력과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군마다 포장센터나 공판장등 유통시설이 필요하지않는데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지역특성이나 생산여건 교통량,물류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무계획적인 시설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 지방비를감당못하여 사업추진이 제대로 안되거나 복잡한 민원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해 골치를썩이기도 한다.

지방행정을 이끌어나갈 자치단체장은 우선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해 나갈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유통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비전있는 발전계획을 제시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재수(농림부 유통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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