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화사한 5월, 서럽도록 좋은 날씨다.
그뿐인가. 어린이 날을 맞아 꼬마 둘을 데리고 하나는 안고 하나는 걸려서 아파트 문을 나서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은 더욱 감동적이다.
그중엔 바로 얼마 전 실직이란 큰 맷돌을 짊어지고 사는, 늙지도 젊지도 않은 부부인들 왜없겠는가. 나가서 인파에 찌들리면서도 오늘만은 꼬마녀석들이 평소에 점 찍어 둔 물건들을모두 사주고자 하는 부부들의 여린 마음, 그러나 생각밖으로 올라 있는 가격에 또 소리없이놀라는 젊은 엄마, 아빠들.
아무튼 놀랄 때 놀라더라도 우선 발 길이 가벼운 것만 해도 그게 어딘가.
*겉다르고 속다른 우리들
그러나 이들만 이땅의 주인들이 아닐 것이다.
풍광 수려한 팔공산 자락 한 모퉁이에 자리한 장애인보호시설에도 유명한 날이란 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이들의 유일한 이웃은 무당집 하나뿐이다.
이른바 '혐오시설'로 부르는 겉다르고 속다른 우리들의 교활한 인식바탕 때문이다.구분짓고, 편가르고, 제 앞가림에만 이골이 난 민의의 대변자들, 그리고 제철 만난 숱한 지망생들에게 5월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설까.
당장에야 필요하겠지만 남의 식구들을 데려다 의붓자식들만 양산해 놓으면 뒷감당은 어떻게할 것인가. 어미 닭이 오리 알을 제 알처럼 한껏 품어주고도 자라고 나면 물로 들어가는 허망한 모습을 봐야만 "그게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가슴을 쥐어 뜯을 건가. 또, 세상이 바뀌어식구들을 내 주는 심중이 그리 편하기야 할까만 가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은또 무슨 심사인지 소시민들로선 도무지 가늠할 재간이 없다.
과반수 의석의 허물기와 지키기를 위한 정쟁이 4천5백만 국민들에겐 별세계의 신선놀음으로비쳐진다면 정쟁당사자들의 입지는 어디서 찾을 건가.
그들은 이땅의 피곤한 가장들이 아닌가.
집권만 하면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만 빼고는 다 해낼 것처럼 의욕을 보여 무명색한 민초들의 목을 길게 뽑아 올려 놓고는 고작 당면현안을 의석 과반수 허물기에 두고 있다.백보를 양보해 그 일이 급하다 하더라도 더 급한 일은 없을까.
재벌개혁, 금융개혁을 위해 그룹내 상호채무보증금지, 기조실 폐지등 구체적인 조치까지 밝혔지만 정작 소시민들에게 더 급한 건 달러의 시세가 2천원의 밑둥치까지 치고 올랐을때 천문학적인 %로 올랐던 각종 생필품가격을 끌어 내리는 일이다.
당시에야 제품을 만드는 수입원자재 값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에 이해를 하기 싫어도 해야했지만 달러가 이미 1천3백원대에서 좌정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가격 인하를 위해 역대 정부가 항용 해왔던 행정지도, 부당이득 세금환수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알고도 수가 없는 걸까, 아니면 깡그리 모르고 있는 걸까.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내 몰리고 그나마 남은 사람도 월급이 떡 베어 먹은자리처럼 표나게 줄어든 판에 대기업들의 부당이득까지 소시민들이 기약없이 맡아야 한다면이런 참담한 정황이 다시 없다.
*서럽도록 좋은 날씨
이런 판에도 어느 정당의 정치자금 목표액이 1백억원이며 그 목표액은 무난히 초과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기업들이 서로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다.
또 직전의 대통령은 "환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듣지 않았다면 그래도 나았을 걸하고 생각한 사람이 어디 필자 한사람뿐이랴. 참으로 서럽도록 좋은 날씨다.
〈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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