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평리동 근로복지회관 4층 서대구공단 노동상담실. 상담실 뒤켠에 마련된 강의실에선 30대 주부서부터 50대 가장들이 모여 서툰 발음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학생은모두 5명. 상담원이자 강사인 김민아씨(28)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열심히 필기하며 따라읽고 있다. 처음 상담실을 찾아왔을 땐 알파벳도 모르던 학생들이 이젠 간단한 영어회화까지 가능하게 됐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한글교실, 수요일과 금요일엔 영어교실이열린다. 학생 8명인 한글교실은 정경미씨(28)가 맡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량실업시대를 맞아 취업 및 노동관련 상담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글교실과 영어교실을 쉴 수는 없다. 상담원이라고 해야 김씨와 정씨 둘 뿐. 상담자가 몰리는 오후시간대엔 둘 다 자리를 비울 수 없지만 오전시간엔 다소 여유가 있다.
영어교실 학생들은 사연도 많다.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만들려다 영문 이름을 쓸 줄 몰라 신청서를 찢고 돌아온 아저씨, 중학교 다니는 아들에게서 기본적인 단어 뜻도 모른다며 핀잔을 들은 주부 등등. 한글을 배우는 한 주부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숙제할 때마다 질문할까봐 겁나 설겆이, 빨래를 하며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너무 열심이어서 어깨가 무거워요. 비록 돈 한푼 못받는 일이지만 배움의 기회를놓친 분들이 늦게 나마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껴요"
강의를 마친 두 아가씨 상담원은 피곤함도 잊은 채 오후엔 실직자와 공단 근로자들을 상대로 취업과 근로조건 등에 대한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 방안도 토론한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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