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를 이긴 사람들 다시 섰다-소자본 창업

입력 1998-05-01 15:29:00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5개월. 끊임없이 문을 닫는 공장, 점점 길어지는실업자들의 구직행렬, 사회전반에 쌓여가는 패배감, 되살아나는 망국적 소비행태. 아직 본격'IMF터널'에 들어서지도 않았다는 데.... 막막한 불안감이 세대와 계층을 휩싸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역경속의 땀방울이 더 값진 법. 내일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않고 꿋꿋하게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래서 우리들의 희망이다. 재기의 의욕을 불태우며 열심히 뛰고 있는 '땀의 현장'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김밥집 개업 최재룡씨

김밥집 사장 최재룡씨(40.대구시 중구 대봉동). 오후 5시면 어김없이 김밥 한묶음을 들고 인근 상가와 사무실을 찾아 "김밥 맛 좀 보세요"하며 판촉전을 시작한다. 처음 사무실을 돌아다닐 땐 쑥스러워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잡상인 출입금지'라며 면박을 주거나 맛보기 김밥만 받아 먹고 외면할때는 참담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만 둘 순 없었다. 어떻게 시작한 장사인데. 그럴수록 부지런히 발로 뛰었다. 개업 한달여 만,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18년간 인쇄업에 몸담던 최씨가 직장을 잃은 것은 지난해 말. IMF한파에 무너졌다. 평생 잉크냄새에 젖어살던 그는 막막했다. 뭔가 시작해야겠는데 하나같이 낯설었다. 암담한 좌절의시간들이 흘러갔다.

이로부터 몇달이 지난 뒤. 우연한 계기로 김밥집 개업을 결심한 그는 서울, 부산의 이름난김밥집을 찾아가 맛도 보고 판촉전략을 연구했다. 모르고 덤볐다간 반드시 실패한다는 생각때문. 비품구입,재료선정 등 먹는 장사에 문외한인 그는 일단 체인망을 활용하기로 했다.창업비용은 5천만원. 개업 두달이 갓 지난 요즘 최씨는 월 3백만원 가량 순수익을 올리고있다. 압구정김밥 중앙점 사장 최씨의 꿈은 대구 최고의 김밥집을 만드는 것.

"위치선정, 품목결정, 고객분석 등 꼼꼼한 사전준비가 성공의 절반 을 좌우합니다. 먹는 장사라고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다간 망하는건 시간문제입니다. 나만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중요합니다.

*붙박이장 판매 신병호씨

주문식붙박이장 판매점 사장 신병호씨(33.대구시 수성구 수성3가). 체인망 도움없이 경험을살려 창업에 성공했다. 이전에 그가 다니던 회사는 건설공사장 크레인을 설치하는 곳.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로 지난 1월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다시 취직하려고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 과거 가구점에서 일할 때 경험을 살려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선뜻 뛰어들 수도 없었다. 가구점이란 것이 워낙 초기 투자비용이 큰 데다 기존가구점들의 출혈경쟁이 갈수록 살벌한 지경이라 잘못 뛰어들었다간 모아둔 돈만 날릴 판이었다. 신씨는 우선 2개월간 시장조사에 나섰다. 예전 가구점에서 일할 때 알던 사람을 만나자문을 받고 서울 업계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차츰 틈새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들은주문식가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아직 공급업체는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초기 투자비용도 저렴했다. 마침내 5천만원을 들여 신씨는 지난 3월 주문식붙박이장 업체를 차렸다.퇴직금을 몽땅 투자하고 은행 빚까지 졌다.

IMF로 인한 초긴축경제 속에 판매가 부진하자 발로 뛰기 시작했다.신규 입주 아파트를 찾아가 커튼, 도배, 새시하는 사람들을 만나 소개료를 떼주고 가구 주문을 받도록 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어떻게든 마음에 드는 품질과 가격을 맞춰 끝까지 붙잡았다. 결국 그런고객들은 다른 고객들까지 소개해 주었다.

신씨가 요즘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월 3백만원 정도. 예전처럼 경기가 호전되면 월순수익은1천만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은 성공한 편.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은 결코 서둘러선 안됩니다. 나름대로 시장조사나 물품공급 및 판매망이 완벽하게 구축됐다고 판단됐을 때 개업해야 합니다. 그 기간은 1개월에서 6개월까지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조급하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장사는 한번 해보고 마는게 아니거든요"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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