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나 만년실패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이비 과학자로까지 불려온 사람들. 하지만 직업같지않은 직업을 수십년째 외길로 걷고 있는 사람들. 바로 '발명가'들이다.
쉽게 말해 발명가는 한번쯤 특허를 출원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구·경북에만무려 1천3백여명의 발명가들이 연평균 1만건이 넘는 특허나 실용신안 등을 내고 있다. 그가운데 3백50명 정도는 지금도 발명가라는 직업에 모든 정열을 쏟고 있다.
발명가를 '특허 한건에 인생을 거는' 허황된 부류로 취급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들 스스로는'프로페셔널'을 철저히 고집한다. 발명 그 자체를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자신의 발명품이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갈망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수십건의 특허를출원하면서도 돈벌이보다 연구에 더 몰두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만 봐도 알수 있다.발명가는 '빈털터리'라는 생각도 반드시 옳지는 않다. 기업을 세우거나 중소기업에 기술을제공하면서 연구를 이어가는 사람이 상당수. 실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부단히 연구를 계속하는 '사장님'도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주)엔유씨전자 김종부사장(48)은 녹즙기나 분쇄기, 주스기 등의 소가전 계통에서 어느 정도자리를 잡은 경우. 대학 경영학과 재학시절 소가전 판매를 시작해 유통분야에 몸담다 제품을 생산한지 벌써 20년이 됐다. 특허와 의장 등 20여종을 출원했고 최근에는 도깨비방망이로 알려진 핸드블렌더와 미니믹서기 겸용의 제품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 다음달부터 시판에 들어간다.
오존발생기를 제작해 상수도사업이나 농수산물 재배, 폐수처리 등에 납품하고 있는 권오석씨(47)도 국제엔지니어링 대표. 지난88년부터 연구에 들어가 91년 특허출원 후 무려 6년동안각종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말 완제품을 냈다. 복음산업 박노진대표(63)도 외길 발명가. 80년대초 국내 최초로 파종기를 개발했지만 상용화에는 여러차례 실패해오다 지난해 비로소 개선된 파종기 제작에 성공, 생산준비에 한창이다.
물론 제품화에 실패,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IMF시대, 실직과 절망이 난무하는 세상을 보는 이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81세의 고령에도 최근 다시 아이디어만들기에 들어간 김재옥 할아버지는 "실직하면 그저 음식점이나 상점을 차리려는 풍토, 실직하면 퇴직금을 은행에 맡기고 중늙은이가 돼버리는 경향을 떨치는 일이 시급하다"고 충고했다.
발명가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 정부의 핵심 실업대책인 벤처기업 지원강화는 정작 투자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벤처기업의 요건은 마음만 먹으면어느 제조업체건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형식적인데다 막상 자금을 신청하면 "공장을 갖고있느냐" "담보는 있느냐"는 등 갖가지 조건을 요구한다는 것.
오종찬 대구경북 발명진흥회장(50)은 "벤처자금은 물론 투기자금, 실직자의 퇴직금까지도 생산에 투자될 수 있어야만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건전한 투자에 관심을가져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동쪽의 과수단지였던 새너제이를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켜 미국의 심장,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만든 것도 바로 '엔젤(angel)'이라 불린 개인투자가들이다. 기업가로 성공해 큰돈을 번 자산가나 50세이상의 은퇴사업가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창업초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에 자금과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성장시켜 이득을 나누는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발명가들에게도 이같은 '천사'가 더없이 간절한 시기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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