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산행-산자락적시는 당돌한 붉은 빛

입력 1998-04-24 14:00:00

가는 봄을 시샘하듯 붉은 철쭉이 산자락을 적신다. 진달래의 수줍음과 달리 당돌한 붉은 꽃을 피운다. 철쭉은 5월에 피지만 초여름같은 날씨로 벌써부터 남녘 산을 물들이고 있다. 제암산, 봉화산, 지리산, 소백산등 철쭉 명산으로 산행을 가보자.

전남 보성과 장흥에 걸쳐 있는 제암산. 내륙 철쭉 명산중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접할 수 있는곳이다. 정상일대와 인근 사자산까지 10리 능선이 4월말 철쭉으로 뒤덮인다.

산행 기점은 보성군 제암산 자연휴양림.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이르면 흐드러지게 핀 철쭉을 만날 수 있다. 임금바위가 자리잡고 있는 정상 동쪽으로는 고흥반도와 섬들이 올망졸망떠 있는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4㎞ 능선에도 철쭉이 늘어서등산객을 맞고 있다. 하산은 사자산과 작은 사자산을 경유, 장흥읍 삼산리로 하면된다. 산행시간은 7시간.

남으로부터 올라온 철쭉은 5월초 전북 남원과 장수, 경남 함양군 경계에 솟은 봉화산에 자리를 잡는다. 곳곳에 철쭉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가장 많이 피는 곳은 치재와 꼬부랑재,944봉에서 광대치까지 암릉길이다.

등행은 꼬부랑재 접근이 편한 남원군 아영면 성리에서 하는 것이 좋다. 치재와 봉화산 정상중간지점인 꼬부랑재에 이르면 어른 머리까지 오는 철쭉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철쭉군락을지나 정상에 이르면 944봉까지 완만한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잠시 자취를 감춘 철쭉은 944봉에서 하산지점인 함양군 백전면 대안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인 광대치까지 3.5㎞ 구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와 조화를 이루며 핀 철쭉이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6시간쯤 소요된다.

봉화산을 적신 꽃소식이 지리산을 넘어 소백산까지 퍼지면 철쭉산행은 절정을 맞는다. 바래봉은 지리산 철쭉 명승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것 같아 바래봉으로 불린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능선 군데군데 가꾸어 놓은듯한 철쭉이 무리져 피어있다. 꽃은 크고 붉은 반면 잎은 작아 더욱 돋보이는 것이 바래봉 철쭉이다.산행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동쪽으로 1.5㎞ 떨어져 있는 운봉종축장에서 시작된다. 종축장 뒤 비포장 도로를 따라 바래봉 정상 남서쪽 밑에 이르면 군락을 이룬 철쭉을 만날 수 있다. 철쭉이 가장 아름답게 핀 곳은 정상에서 팔랑치까지 1.5㎞ 구간. 산비탈 전체를 가득 메우듯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절정은 5월초순. 왕복 4~5시간이면 충분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철쭉을 만끽할 수 있다.

소백산은 산상화원(山上花園)에 비유된다. 철쭉을 비롯, 이름모를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능선을 멋지게 수놓고 겨울에는 꽃대신 눈이 봉우리를 하얗게 수놓기 때문이다. 소백산에서철쭉이 가장 장관을 이루는 곳은 천체관측소와 비로봉사이의 제1연화봉 일대다. 5월 중순철쭉꽃이 환하게 피어 오르면 소백의 등줄기는 붉은 불기둥을 이고 달리는 힘찬 적토마 같다. 철쭉산행은 희방사~천문대~연화봉~비로봉~비로사쪽으로 하면 좋다. 소요시간은 5시간.〈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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