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감독이 말하는 '검으나 땅에…'

입력 1998-04-24 14:19:00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은 황해도 내림굿에서 나온 말이다. 영화제목으로 한 이유는.▲흰 백성은 우리 백의 민족이고, 검은 땅은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상처입고 멍든 우리땅의 역사성을 빗댄 말이다.

-만들게 된 계기는.

▲수십년만에 한 인물이 시골역을 빠져 나와 고향땅을 밟는다. 밤새도록 옛집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새벽녘 역으로 돌아가 보니 역은 수십년 전에 폐쇄되고 허물어진 것이다. 대학시절부터 떠나지 않던 착상이다.

-'달마…'와는 달리 자연이 완전히 배재됐다. 이유는.

▲20세기말 산업화된 문명의 잔해들이 늘어선 불모의 땅, 황폐한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상실된 자연을 얘기한다.

-어항속의 물고기를 자주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숨 넘어가는 물고기, 물이 새나가는 어항은 우리와 우리시대에 대한 알레고리(은유)이다.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항은 심미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해천이란 곳은 어디인가. 마치 80년대 광주를 연상하게 만든다.

▲광주를 포함한 우리 땅, 어쩌면 후기 산업사회의 병폐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의 모든 나라까지 확대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작품 계획은.

▲준비는 하고 있지만 만들기 전에 밝히고 싶지 않다. 몇가지 구상을 갖고 있지만 변할 수도 있다. 그냥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일 뿐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