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노사정위 구성될까

입력 1998-04-23 00:0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경제단체장,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2기 노사정위 구성을 위한 정지작업을 끝냈다.

이에 김대통령은 23일 파이낸셜타임스 주최 서울경제국제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제2기 노사정위원회 출항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서는 제1기 노사정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점검하고 기업의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추진과정에서 예상되는 해결방안을 마련하게 될것"이라며 일단 의욕을 내비쳤다.

이번 노사대표들과의 간담회는 어떤 성과를 올렸는가. 박지원(朴智元)청와대대변인은 "모두가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하기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2기 노사정위가무난히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상황이 다른 듯하다. 우선 경제단체장들은 기업매각 협상의 애로 등을토로했지만 정부에 협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통령의 선(先)해고회피 노력 당부와 대기업매각 가시화 요구 등에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의를 달수 없는 처지다.

다소 유연한 한국노총도 제2기 노사정위 참여에 대해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지방선거에 노동계인사 공천 할애 등에 언질을 받아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한국노총은 제2기 노사정위 참여가 확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다. 22일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근로자파견제와 정리해고에 대한 재협상,기아의 3자매각 반대, 부당노동행위 근절, 공공부문일방적 구조조정 반대입장을 표명했다.간담회가 끝난뒤 박지원대변인은"상당히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대화였다"고 평가했지만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은"현 정부가 정리해고 중단 등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실질대책을 내놓지않을 경우 제2기 노사정위에 불참할 것"이라고 강경태도를 보였다. 이자리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서 간담회에서 줄곧 국난극복을 위해 노동계가 도와줄 것과 제2기 노사정위에 참여해달라는 김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그렇다면 갈 길이 멀지만 장벽이 도사리고 있는 김대통령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박지원대변인은"지금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노사 모든 세력을 껴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처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은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다. 과연 제2기 노사정위가 언제쯤 발족될 지, 김대통령이 이 고비를 어떻게 돌파할 지 주목된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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