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농협 송강지소 조홍래 지소장

입력 1998-04-22 14:03:00

청송농협 송강지소 조홍래지소장(49)은 '별난 사람'이란 소리를 곧잘 듣는다.

자신의 피 한방울 튀지 않은 4형제를 6년째 친자식처럼 돌봐오고 있기 때문이다.그저 얼굴만 알고 지내던 농협 직원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녀들이 고아처럼 지낸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찾은 때가 지난 92년. 진작에 어머니가 집을 나갔던 터라 4형제는 짐승처럼 살고 있었다고 조지소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청소는 고사하고 라면도 못 끓여먹어 생라면을 부숴먹고 있었습니다"

문득 지난날 자신이 살아왔던 날들이 떠올랐다. 찢어지게 가난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학교도 겨우 마친 그였다.

이제 먹고 사는 걱정은 덜었으니 얘들 하나 못키우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의협조를 얻어 컨테이너집이지만 직장옆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한창 말썽많을 나이의 형제들을 키우느라 속도 많이 썩였다.

첫째 춘석이가 보호관찰소에 들어갔던 때가 제일 힘들었단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은 첫째가 지난 2월 포항에서 직업전문학교를 마치고 자동차정비공장에 취업했다는 얘기를 할 때 조지소장의 목소리에 신바람이 묻어났다.

지금은 청송에 남은 태일, 복동, 영응 3형제를 학교에 보내고 퇴근후 숙제를 도와준뒤 밤이면 같이 잠을 청하는 것이 일과다.

처음엔 대학생 남매와 함께 대구에 있는 부인과 더러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잘 이해해줘 한결 맘이 편하다고 조지소장은 말했다.

"저 혼자 힘으로 될 턱이 있나요. 얘들은 우리모두가 키우는 겁니다"

수고가 많다는 말에 조지소장은 손을 내젓는다.

자신은 4형제를 돌볼 뿐 이웃 주민들과 대구의 독지가 두명이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크게 부족함이 없다며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요즘 농촌, 도시 할 것 없이 부모의 가출, 사망으로 인해 고아 아닌 고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사랑속에 자라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조그만 사랑이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조지소장.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쉽게 발견할 수있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金嘉瑩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