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희귀동.식물 살아숨쉰다

입력 1998-04-21 14:13:00

사람들의 삶이 쪼들리고 각박해져만 가는 IMF시대의 자연은 예전의 자연보다 더욱 무심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힘든 삶을 사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하늘은 태평스럽게 푸르고 나무들도제철을 만나 당당하게 잎사귀를 내민다. 한가롭게 허공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새들도 쉬어넘는다고해 이름붙여진 문경새재의 자연도 찾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연인원 50만명이 몰리는 문경새재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경북도와 지역관련 전문가들은 문경새재의 생태계를 지난 1년간 밀도높게 조사했다. 본지에서도 문경새재 생태계의 이모저모를 보도한 바 있으며 최근 5백쪽 분량의 조사결과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내용중 희귀식물과 동물의 실태는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한다.문경새재 식물중 보호상 중요한 식물종으로 여겨지는 식물은 자란초, 미치광이풀, 연복초, 어리병풍, 참좁쌀풀등 5종.

자주색 꽃이 아름다운 자란초는 백양산, 경기도, 소백산, 월악산 등지에도 분포하는 한국 고유식물종이며 희귀종으로 꼽힌다. 다른 산에서 소규모로 관찰되는 것과 달리 문경새재내 조령산 줄기해발 6백~7백50m 사이에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환경부 특정야생식물 67호로 지정돼 있으며평가등급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해 적극 보호가 필요한 식물이다.

문경새재 제2관문계곡과 부봉의 북사면에 서식하고 있는 미치광이풀은 환경부 특정야생식물 109호로 지정돼 있다. 깊은 산중의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30~60cm의 높이에 잎겨드랑이에 짙은 보라색 꽃이 1개씩 밑을 향해 핀다.

1과1속1종이 있을 뿐인 연복초는 여궁폭포 주변 냇가에 자라고 있으며 환경부 특정식물 목록에올릴 만한 식물이다. 유럽산은 향기가 있으나 아시아산은 향기가 없어 구별된다. 높이 8~15cm의다년생 풀로서 줄기끝에 지름 5㎜의 꽃이 여러개 모여 핀다.

주흘산 정상 신갈나무 군락에 소규모로 서식하는 어리병풍은 환경부 특정야생식물 124호로 지정돼 있고 제3관문 주변 소규모 습지에서 발견되는 참좁쌀풀은 환경부 특정야생식물로 지정돼 있진않으나 평가등급에 속하는 중요한 식물이다.

동물 분포상은 특이한 동물이 눈에 띄지 않으며 비교적 평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포유류중에는산토끼, 다람쥐, 청설모, 집쥐, 두더쥐, 오소리, 너구리등이 조사됐으며 문헌조사에 나타나 있는 대륙밭쥐, 등줄쥐, 족제비, 고슴도치등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경작지와 등산로,야산의 소로를 중심으로 살고 있다. 문경새재는 숲은 잘 조성돼 있는 편이나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대형동물의 서식지가 될 만한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파충류중에는 유혈목이, 쇠살모사, 줄장지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문헌자료에 있는 무자치, 누룩뱀,아무르장지뱀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양서류는 두꺼비, 참개구리, 산개구리,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도롱뇽이 확인됐고 음개구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파충류와 양서류는 고인 물의 풀밭이나 야산, 물가의 습한 저지대등에 주로 살고있다.

총 23과 47종이 살고 있는 조류중에는 참새, 까치, 제비, 박새, 숲새등이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 정상을 제외한 주변 산림상이 풍부한 편이라 조류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나 다양한조류가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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