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검-중국 4세대 감독 오천명의 컴백작

입력 1998-04-21 14:20:00

'변검'의 무거움과 '스탠 바이 유어 맨'의 가벼움. 그러나 삶의 향은 늘 실팍한 것이다. 그것은 특수효과도 현란한 구도도, 질척거리는 상업성도 아닌 사람의 얘기이기 때문이다.보통 경극을 소재로 했다면 '패왕별희'를 떠올린다. 그러나 '변검'의 경극은 중국 사천지방에서내려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손오공, 삼장법사, 저팔계등의 가면을 순식간에 바꿔가며 원맨쇼를펼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중국의 4세대 감독 오천명의 화려한 컴백작 '변검'은 강렬한 색채와 수려한 영상, 애끓는 동양적서정성을 갖춘 영화다. 전통을 근근히 이어가는 변검왕과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녀 구와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정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변검왕은 대를 이를 후계자를 찾기 위해 아이를 팔고 사는 시장에서 '예예'(할아버지)라고 부르는소리에 이끌려 구와를 거둬들인다. 변검왕은 구와가 사내아인줄 안다. 그러던 어느날 변검왕이 사고로 다치면서 구와가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또다시 버림을 받게된 구와. 할아버지를 애원해 그의 곁에 머물며 기예와 서커스를 배운다. 그러나 나룻배에 불을 내, 다시 떠돌게 되는데….

'변검'은 96년 동경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을 시작으로 13개 각종영화제에서19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96년 시애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주임영이 '변검'을 촬영할 때의 나이는 8살. 오천명 감독은 중국 섬서성 곡예단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나는 일곱 번이나 팔려 다녔어요"라고 영화속 절규하는 모습은 실제 그녀와 흡사했다고 한다.(23일 오후2시)

'스탠 바이 유어 맨'은 독일 로맨틱 코미디다. 죄수와 여자들간의 만남을 주선해 외출을 보내주는교도소의 사회적응프로그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일식 발음의 노래 '스탠 바이 유어 맨'도 재미있지만 독일식 유머가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가수지망생 마렌을 좋아하는 게르하르트.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마렌을 만나러 갔다가 클럽 주인이"뒤에서 남자들과 신나게 즐기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총으로 주인을 쏴 죽인다. 그 순간 무대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스탠 바이 유어 맨'을 부르며 마렌이 나타난다. 미국 로맨틱코미디에서 볼수 없는 ' 격한 유머'다.

감독 데틀레프 부크는 곧잘 독일감독에게서 보여지는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주제 대신 넉넉하고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또 이해한다. (23일 오후4시)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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