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 日 NHK인터뷰

입력 1998-04-21 14:26:00

김영호 경북대 경제학과교수가 '새로운 한일관계의 전망'이란 주제의 일본NHK 특집방송에 출연했다. 지난달 말 NHK 스태프 6명이 경북대에 와 녹화, 지난 15일 밤 9시40분부터 1시간동안 방송됐다. 일본 내에서 이교수의 인터뷰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인터뷰 요지를 싣는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1965년 체제'에서 '2002년 체제'로 가는 과도기로 보고 있다. '1965년체제'란 물론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두고 한 말이다.그것은 동아시아 지원체제를 촉진시키려는 미국과, 급속한 공업화를 위해 일본자금이 절실했던한국의 군사정권, 새로운 해외진출을 꿈꾸던 일본자본주의의 야망이 결합해 이뤄낸 타협체제였다.이제 북.일관계가 형성되고, 한일 양국에 시민민족주의가 성장하면서 한일기본조약의 문제점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해양질서의 모색과정에서 한일 어업협정이 파기됨으로써 사실상 '65년 체제'는끝나가고 있다.

'2002년 체제'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정치경제적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한국과 일본이세계 앞에 공동의 목표를 갖게된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일본은 꿀벌과 같은 사회다. 열심히 일하면서 절약하는 꿀벌같은 삶의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미덕이다. 그러나 매크로(巨視)적으로는 대량생산한 만큼 소비하지 않고 나머지를 해외에 내보내 무역흑자로 거두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보면 무역적자다.

흔히 무역적자는 상품경쟁력의 결과로 생긴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미시(微視)적인 견해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4백억달러에 이른다. 미국도 영국 산업혁명후 산업적 열세에도 불구하고오히려 무역흑자를 누려왔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번 동아시아의 경제위기의 배경에는 바로 이 꿀벌이 있다. 무역적자는 결국 외채로 메울수 밖에 없고, 일본은 재팬머니를 보내 거품경제를 조장했던 것이다.

시민사회의 성숙은 경제적으로는 소비자주권의 성숙을 의미한다. 소비자주권의 성숙은 내수주도형 성장을 의미하고 그것은 수입수요를 증가시켜 한국의 대일수출을 증가시킬 것이다.그런 점에서 하시모토 정부가 소비세를 5% 증액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것이다. 오히려 내수확대책을 써야 한다. 일본이 꿀벌의 시대에서 소비자주권시대로 발전하는 것이 한일경제문제를 풀어나가는 첩경이다.

일본의 과거사문제도 한일간의 문제라기 보다 일본의 구체제와 신시민사회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웃나라와의 좋은 관계, 성숙한 관계, 그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2002년 체제가 그러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문제는 최근 일본의 보수적 반동이다. 과거사 청산에 역행하고, 소비자 주권에 역행하고 군비축소에 역행하는 보수적 반동 경향이 있다. 나는 일본 꿀벌사회의 국제적 폐해와 함께 일본 보수화의코스트(비용)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싶다. 일본이 보수화하면 할수록 동아시아 여러나라와의 관계는 나빠질 것이고, 그럴수록 아시아는 계속 미국의 무대가 될 것이다.나는 일본의 일부 보수반동이 '2002년 체제'라는 새봄 길목의 꽃샘추위로 끝나기를 기대한다.'2002년 체제' 그것이 시민아시아(Civil Asia)의 출발점이 될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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