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장학지도 폐해

입력 1998-04-18 14:16:00

"선생님, 하던대로 하세요"

대구시 북구 ㅇ여고 윤모 교사(28)는 학생들의 놀림에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장학사가 학교에 장학지도를 나오기로 한 17일,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학습기자재로 교실을 잔뜩 채워놓고 '반말' 대신 '존대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그를 학생들이 제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장학지도의 폐해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성구 ㅈ여고 2학년 이모양(17)은 장학지도가 있었던 16일 '황당한' 수업을 받았다. "대청소나 환경미화만 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이 '수업 리허설'을 하거나 복습위주로 수업을 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수업진도를 나가지 못해 손해를 봤어요" 이양은 복도에 느닷없이 '학습게시판'이 걸린 것도, 아침에 선생님들이 쓰레기통을 뒤엎어 평소안하던 분리수거를 시킨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교사들이라고 '장학지도'가 달가운 것은 아니다. 중구 ㅁ초등학교 박모 교사(31)는 "장학지도 대비를 하다보면 며칠동안 수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되지만 교장승진을 의식한 교감선생님들이 닦달하는 통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수업지도'가 아닌 '수업방해' 노릇을 하고 있는 현재의 장학지도. '과연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의 답변이 걸작이다.

"수업진도가 적정하게 진행되고 있는가, 생활지도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등 일상적인 학교실태를점검하기 위해 장학지도가 꼭 필요합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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