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가장의 눈물

입력 1998-04-17 14:41:00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던 동료들의 눈빛이 모두 달라보입니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15년째를 맞은 임경규씨(달서구청 민원실)는 한달전까지만 해도 세상이 마냥원망스럽기만 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일만하고 살아온 자신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골수성 급성 백혈병. 얼마전부터 입맛이 없다던 둘째아들 종혁(15.중2)이가 믿기지 않는 병에 걸린 것.

임씨는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수천만원이 넘는 병원비와 혈소판을 구하러 백방으로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세상 인심이 생각처럼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다. 눈물과 한숨.원망도 쏟았다.

하지만 임씨는 눈물이 채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동료들이 종혁이를 살리기 위해 돕기 운동에 나섰다는 소식과 함께 3백여만원과 2백매의 헌혈증서가 든 하얀봉투가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임씨는 지난주 동료에게 받은 따스한 정성이 식기도전에 '감사의 눈물'을 다시한번 흘려야 했다. 종혁이가 급성맹장염에 걸렸으나 수술에 필요한 혈소판을 구할수 없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중부서에서 너무나 큰 도움을 받은 탓이다.

임씨는 "도와 달라는 한마디에 주저없이 병원으로 달려와 헌혈을 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종혁이의 병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또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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