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회담 중간스케치

입력 1998-04-16 00:00:00

베이징남북당국회담이 16일로 엿새째로 접어 들었지만 남북 양측의 입장변화가 없어 타결 여부가불투명하다. 북측은 15일이 김일성(金日成)생일이라는 이유로 접촉을 거부, 하루종일 연락을 하지않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16일은 양측이 수석대표나 실무접촉을 갖고 상대방의 입장변화 여부를 타진할 것으로 보여 이번 베이징회담의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북측 대표들은 15일 오전 일찍 모두 정장으로 말쑥하게 차려입고 숙소인 징룬호텔(京倫飯店)을 나서 어디론가 빠져 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일성 생일을 맞아 북한대사관에서 열리는 축하행사에 참여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북측의 전금철(全今哲)단장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먼저 연락을 취할 의향이 없음을 내비쳤으나 다른 관계자는 "오늘은 명절(김일성 생일)이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야지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언급.

그러나 김성림(金成林)은 이틀정도 더 베이징에 머물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평양으로들어가는 비행기가 화, 토요일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다른 볼 일도 보고 토요일(18일)쯤 들어가겠다"며 버티기작전을 시사.

○…북측이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자 차이나월드호텔에 머물고 있는 정세현(丁世鉉)통일부차관등 우리 대표단은 정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것외에는 별다른 일정없이 하루를 소일.우리측의 한 회담종사자는"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카드는 다 보여줬다"면서 "최소한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시기만이라도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해줘야 한다"며 이번회담의 성패가 북측의 태도변화에 달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

우리측대표단 숙소주변에서는 북측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더이상 베이징에 머물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철수론과 막바지 절충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기대론이 엇갈리고 있어 북측의 자세변화 여부가 주목.

한 회담종사자는 16일 오전 "오늘은 연락이 오지 않겠느냐"면서 실무접촉 재개를기대하는 눈치.○…북측대표단이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남한기자단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하는등 언론플레이가 노골화되자 기자단내에서는 북측대표단과의 접촉을 삼가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북측의 접근을 경계.

북측대표단은 처음에는 식당 등에서 자연스러운 접근을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안면이 있는 기자들의 방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는 등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시도.

〈베이징·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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