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가장들을 위하여

입력 1998-04-15 14:11:00

언젠가 어느 조간신문의 1면에 새벽4시의 서울역 대합실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렸다. 대합실의의자마다에는 쪼그린 모습으로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그들은 아침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갖가지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긴 밤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거리로 내몰려진 이 시대의 가장들이었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가장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잘 안다. 때론 벗어버리고도 싶고 때론 달아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가장의 어깨에는 가족의 행복이라는 책임이 걸려있다. 몸을 상해가며 자존심을 다쳐가며 열심히 살아보지만 우리의 바람만큼 잘되지 않는다. 아내를 데려올때 행복하게 해주마 큰소리는 쳤지만 살다보니 고생만 시킨 것 같고 그러는 사이에 날은 저문다. 지하철 역의 콘크리트 바닥에 라면 박스를 깔고 잠을 청하는 그들의가슴엔 녹을대로 녹아 사리가 되어버린 안타까움이 있을테고, 꿈속에선 두고온 아이들이 보일거다. 그저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에도 바람이 분다.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가슴아픈 기억이며 힘들었던 기억들이 차곡차곡 접혀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전쟁의 폐허위에 삶을 일구셨고 자식들을 키우셨다. 지금 어려움에 처한많은 사람에게도 밝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 겨울이 다하면 봄이 오고, 밤의 끝은 새벽인 것을 우리는 안다. 어려운 시절의 힘겨운 가장들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나 가족과 함게 따뜻한 저녁을먹게 되기를 빌어보자.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시련을 통하여 가족들은 하나가 된다. 가정은 갈라진 마음들을 하나로 모으는 소중한 장소이고, 가장들은 외롭고도 의젓한 수문장이다.〈보강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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