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서비스 아직도 멀었다

입력 1998-04-15 14:32:00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도시민들에게 값싼 농축산물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농협이편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농협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 10일부터 대구시내 30여곳의 금융점포와 회원조합 등에서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한 헌옷 수집행사를 열면서 2kg 이상의 헌옷을 가져오지 않으면 봄꽃과 우리 농산물을 나눠주지 않아 빈축을 샀다. 농협 측은 행사 전 입을 수 있는 옷을 갖고 오는 시민들에게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동참의 뜻으로 선물을 준다고 홍보했다. 특히 옷모으기 행사에서는 4백원짜리 봄꽃씨를 시민들에게 1천원에 팔아 '겉과 속'이 다르다는 핀잔을 받았다.지난 2월 봄 장담그기 행사를 열었던 농협 하나로마트는 시민들에게 장담그기용 숯과 마른 고추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홍보한 뒤 상당수 손님들에게 돈을 받고 팔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서구의 농협 한 지점은 지난 2월 전국민적 금모으기 운동의 하나로 합금(14K, 18K) 모으기 행사를하면서 업무 폭증과 동참 시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행사자체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농협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시민들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필요한 행사를 한다면서 결국 자기잇속 차리기에만 열중하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시민에 대한 서비스가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 중앙회 한 간부는 "공기업 성격의 조직 특성상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일반 기업체와 다른 점"이라며 "이런 점을 극복할 수 없다면 IMF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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