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함께 살아야죠

입력 1998-04-14 15:17:00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양보, 전세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거나 경쟁업소끼리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등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 고통을 분담해 '공존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한 주택 2층에 세들어 사는 박모씨(34)는 최근 전세금 일부인 3백만원을되돌려받았다. 50대 집주인이 "전셋값이 떨어졌다"며 자발적으로 내줬다는 것. 감봉당해 가계가쪼들리던 박씨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수밖에 없었다.

대구시 수성구 ㄷ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일부 단독주택 집주인들이 전세 하락분을 세입자에게되돌려주거나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전셋값을 내려줘 세입자가 더 있도록 배려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상가 일부 건물주들은 최근 세입자들에게 점포 월세를 깎아줬다. 동성로 상가번영회 한 관계자는 "장사가 안돼 어려움에 처한 세입자의 사정을 감안, 점포 월세를 10~30%까지내려준 건물주가 적지 않다"며 "건물주들이 스스로 점포 월세를 깎아주기는 동성로상가가 들어선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같은 업종의 이웃 업소끼리 공존을 모색하는 것도 지금껏 볼수 없던 양상. 최근 대구시 중구 종로호텔부근에 식당을 개업한 채모씨(36)는 업소 홍보물에 이웃의 식당 5곳을 같이 실었다. '본 업소 주위의 좋은 먹거리'란 항목을 따로 만들어 이웃업소의 상호, 전화번호, 먹을 만한 메뉴 등을 소개했던 것. 채씨는 "이웃업소들도 홍보가 잘돼 골목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면 더불어 장사가 잘되지 않겠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외 미용실, 음식점, 당구장 업주들이 사전에 약속, 가격을 같이 내리는 가격파괴현상도 IMF 시대를 더불어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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