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후 지역정치권 움직임

입력 1998-04-10 14:35:00

4.2 재.보선이후 지역정치인들의 한나라당 탈당 도미노현상이 주춤해지고 지역정치권의 무게중심이 또다시 한나라당쪽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정권 출범이후 6월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정당 선택을 머뭇거렸던 정치지망생들의 한나라당 공천 기대심리가 확산되는 등 세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기초단체장선거 출마를 노리는 지역정치인들의치열한 공천 샅바싸움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이다.

▨대구

6.4지방선거에서 대구지역 8개구청장.군수자리를 노리고 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중인 지역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그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또 이들 단체장 출마예정자들의 상당수는 한나라당 공천을 기대하고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에게 공천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나라당 쏠림현상은 현청장들이 비교적 탄탄한 기반을 다진 서구나 달서구, 수성구보다는 자민련과 무소속청장이 버티는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3명의 출마예정자가 거론되는 대구 중구의 경우 자민련후보가 박흥식(朴興植)전대구시의원으로내정된 가운데 한나라당 공천경합자는 무려 7~8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동구청장 선거에서도 자민련후보는 오기환(吳基煥)현청장으로 내정됐으나 한나라당 공천희망자는 4.2 재.보선이후 급격히 늘어나 당초 2~3명에서 8~9명으로 불어나 갑.을지구당별로 벌써부터신경전이 치열하다.

무소속 이재용(李在庸)청장과 자민련후보 내정자인 조진해(趙鎭海)전대구시의원이 나선 남구도 최근들어 4~5명의 새로운 지망생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고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민회의나 자민련 및 무소속후보로 기초단체장 선거출마를 계획했던 일부 정치인들도 최근 한나라당 공천경합쪽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구청장출마를 준비중인 모씨는 여권에서 공천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지역정서상 한나라당공천이유리할 것으로 보고 한나라당 공천경합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일부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들은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측과도 접촉하며 한나라당 공천 여부나 출마시 정당선택 등에 대한 의견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지역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한나라당 쏠림현상은 4.2 재.보선으로 지역에서의 여론이 반여(反與)성향을 보인데다 자민련의 완패에 따른 지역정치권의 무게중심이 한나라당으로 이동하는 분위기와 맞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북

경북의성과 문경.예천 재.보선에서 완승한 다음날 한나라당 경북지부 한 관계자는 달라진 민심을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떨어진 뒤 슬금슬금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이 재.보선 승리이후 주춤해졌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아예 당을 떠났던 인사가 돌아온 경우는 아직 없지만 떠나려던 이들이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진단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경북정가에서 탈당소문이 무성하다 한나라당 간판을 고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는 단체장만 네댓명.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방의원 상당수도 잔류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탈당설이 무성했던 구미 김관용(金寬容)시장은 자민련으로 당을 바꾼 박세직(朴世直)의원의 끈질긴 권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고수방침을 굳히고 있다.

9명의 의원이 당을 떠날 것이라던 구미시의회에서도 실제 탈당의원은 6명에 그쳤다.문경시의회의 경우 15명의 시의원중 14명이 한나라당을 떠나 자민련으로 갈 것이라던 애초 얘기와는 달리 4명만 자민련에 입당하고 나머지는 무소속으로 남은 채 정국을 관망하고 있다.포항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석수(李碩壽)전경북도 정무부지사와 정장식(鄭章植)전상주시장은 박기환(朴基煥)시장의 자민련 입당이후 한나라당 공천희망으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현재 이전부지사는 무소속, 정전시장은 자민련 소속이지만 이들에 대한 '교통정리' 권한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경주 이원식(李源植)시장도 주변의 탈당 권유를 접어둔 채 한나라당당적을 지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의근(李義根)경북지사는 한때 한나라당 탈당을 극히 은밀히 검토했으나 재.보선 승리이후 당적을 지키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지사의 한 측근은 4.2 재.보선 개표직전 "한나라당이 완승하거나 완패하는 결과가 나와야 이지사가 정당선택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했을 경우, 이지사가 자민련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으나 두곳 모두 승리함으로써 한나라당을 지키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鄭仁烈.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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