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말이 언론매체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뉴욕외채연기협상은 정부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주는조건으로 타결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금융기관들은 정부지급보증만을 믿고 부실한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 그 신용상태와 관계없이 무책임하게 대출할수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외채를 무분별하게 들여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와같이 외국금융기관이나우리나라 기업,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신청 이후 나타나고 있는 금융기관간의 지나친 수신금리 경쟁을 억제하기위해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금리에 상한을 설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부실 금융기관들이정부의 지급보증을 악용해 무책임한 고금리경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무릇 한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구성원 각자가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에 따르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확립되어야 한다. 도덕적 해이는 이러한사회적 규범과 질서가 무너지고 지켜지지 않을때 초래되는 것이다. '자궁에서 무덤가지'라고 불릴정도로 복지국가의 대명사였던 북유럽국가들이 복지축소를 위한 다양한 개혁작업을 펼치고 있다.실업수당 등 복지관련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근로의식이 약화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겨난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정부의 과도하고 무조건적인 복지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것을 알수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과 같은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것이나 공정한 경쟁에서 낙오된 자에게는 무조건적인 시혜보다는 능력을 개발할수 있는 재교육등을 실시하는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도 도덕적 해이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농가부채 탕감'구호는 그 취지는 좋으나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근로의식을 해치고 게으른 농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재벌들은 상호지급보증, 무리한 차입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을 통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졌다. IMF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금융권은 정경유착을 통해 정부의 철저한 보호를 받았고 부도로 인한 부채는 법적으로 국가가 떠안는 구조로 돼 있었다. 그 결과 금융권은 자신들은 전혀 위험을 부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과 투자를 해온 것이다. 노동계는 어떠했던가? 80년대 후반 이후 불어닥친 민주화 열풍을 타고 노동계는 자신들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였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파업 등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임금을 올리는 것이 관행화되어 노동자들의근로의식이 해이해진 것이다. 대학사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경쟁논리가 배제된 형식적인 승진,재임용, 정년보장제도는 교수들로 하여금 '한번 교수면 영원한 교수'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교수들과 학생들의 수업경시풍 떱 인한 빈번한 휴.결강과 그에 따른 보강 미실시 등도 대학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IMF고통도 결국 우리사회 각 부문에 만연되어 있는 도덕적 해이에 의해초래된 것이다. 따라서 국민 각자의 도덕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정부도 정치논리에따라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며 공정한 경쟁질서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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