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 노선 유럽선 '냉대' 체면구긴 영 블레어

입력 1998-04-08 00:00:00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신좌파 이념인 중도좌파 노선이 유럽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7일 좌파라기 보다는 우파에 더 가까운 미국의 민주당까지 포용하는 '새로운범세계적 중도 좌파 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자신의 꿈이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목격해야만 했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 노동당이 기치로 내걸고 있는 새로운 중도 좌파 운동에 국제적인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유럽 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에서 정권을 장악한 사회당 또는 사회민주당 지도자들을 런던으로 초청했다.

블레어 총리는 마거릿 대처 전총리의 '시장 경제' 철학에 사회적 책임을 가미한 자신의 '신'노동당 운동이 유럽의 좌파 지도자들 모두에게 중대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지난 2월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을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시킨 개혁을 '오늘의 세계를 위한중도 좌파 철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새로운 철학이 사실상 우파편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을 포함해 전세계의 모든 좌파 정당을 하나로 묶는 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당시 인디펜던트지 기고문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비전을 설명하고 그 정당함을 주장해야한다"면서 중도 좌파노선에 전세계의 모든 좌파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7일 런던 회동에 참석한 대부분의 유럽 좌파 지도자들은 블레어 총리의 '비전'에 냉담한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미 퇴물이 된 블레어의 중도 좌파노선에 동조하기 보다는 지난 1세기동안 전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중심축이 되어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이념에 계속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유럽의 한 관리는 다우닝가에서 열린 유럽 좌파 지도자들의 오찬 모임이 끝난뒤 "블레어 총리의이념이 냉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는 보다 외교적인 표현을 사용, "훌륭한 타협점이 발견됐다"는말로 블레어 총리의 좌·우 이념 연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럽 좌파 지도자 회의 참석자들은 다만 좌파 보다는 우파에 가까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민주당과 엔리케 카르도소 브라질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브라질 민주운동당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데뜻을 같이해 블레어 총리의 체면만은 세워주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블레어 총리가 주창하고 있는 신중도좌파 노선이 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런던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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