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페놀고통'아직도

입력 1998-04-08 00:00:00

'지금 또다시 페놀의 악몽을 들춰내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 딸 현숙이(가명·8)가 건강을 되찾을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끝내 말꼬리를 흐리고 마는 권모씨(35·여·대구시 동구 신천동)에게는 평생 가슴에 지니고 살아야할 구멍이 2개나 뚫려있다. 91년 낙동강 페놀사태 당시 현숙이가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기형심장을 달고 태어났을 때 생긴 마음속 상처가 그 첫번째. 두차례나 수술했던 현숙이의 심장 판막에최근 구멍이 생겨 다시 수술을 받아야한다는 진단결과가 또다른 상처를 안겨줬다. 당시 권씨가받은 보상금은 8백만원. 그러나 다음달까지 1천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다시 마련해야한다.책임규명 문제가 흐지부지된 채 대구시와 두산전자, 환경운동단체들까지도 페놀사태를 '종결'해버렸지만 '페놀 주부'들의 고통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일 창립을 앞둔 시민단체인 대구참여연대의 작은 권리 찾기 운동본부에는 벌써부터 페놀 피해주부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3개월된 태아를 유산한 뒤 더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데다 후유증 치료를 위해 3일마다 병원을 찾고 있는 김모씨(39). 정상아라면 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딸 선미양(가명·8)을 데리고 매일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또다른 김모씨(36). 다른 주부들도 해마다 반복되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준비위원회 최봉태 변호사는 '교통사고 피해보상과 마찬가지로 페놀피해자들의 피해정도가 더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을 더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권리 찾기 운동본부 윤종화 간사는 '두산이 페놀사태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대구시에 2백억원을 내놓은 만큼 대구시와 두산이 피해자 구제에 자발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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