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연간 8백25억원의 매출에 30억원의 순수익을 올리던 어느 대기업이 폐수정화처리시설 수리비용 5백만원을 아끼려고 유독물을 무단 방류시켜 수백만 시민들의 식수를 오염시켰던 시절 우리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었다. 재벌들의 많은 공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최근 IMF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그 정도가 더욱 깊어졌다. 90년초 여론조사에서는 재벌들의 자본축적에 대해 50% 가까운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에 의해 돈을 벌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정경유착에 의한 소득이라는 인식이 23%, 나머지 6.5%는 '근로자 착취'로 인식했었다. 그러한 인식은 8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져 있지 않다.
어저께 어느 여론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경제파탄의 문제와 원인에 대해 39%가 기업의 경영부실탓 임을 지적했다. 사실상 상부계층 5%가 국가전체 사유지의 65%를 차지하고 금융재산의 40%가 상 위소득 계층 10%의 호주머니속에 있는 구조 또한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IMF를 들먹이 면서도 대부분의 대기업과 상위소득계층에게는 '아픈 다리 들수록 좋다'는 식이 되고 있다. ASEM회의에서 돌아온 김대통령이 귀국보고에서 또한번 노.사.정 합의사항 이행을 강조하고 있으 나 재벌쪽의 구조조정은 근로자 대량정리해고나 화의신청같은 재벌쪽에 유리한 변화외에는 아직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몇몇 IMF처방정책은 서민계층이 보기에는 거꾸로 가는 듯한 인상 마저 주고 있다.
그저께 정부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특별부가세 면세등 세부담을 줄여주는 면죄부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구조조정을 하기위해 부동산을 내놓아도 매각이 안돼서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고충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매각을 손쉽게 해주기 위해 감세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계 속보유하는 부동산에 대해서까지 관리비의 손비처리를 인정해주는 등의 조치는 구조조정과는 다 소 거리가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비실명 고용안정채권을 발행하면서 고작 5년만기 상환의 단기채권에 구입.상속.증여시 자 금출처를 면제시켜준 것은 비록 고용안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좋은 목적이 있다해도 서민들의 눈에는 10억단위의 큰돈을 비실명으로 이자받아가며 상속증여하는 상위계층의 돈놀음으로 비칠 여지가 많다.
지금 서민계층에는 자식에게 도시락을 싸보내지 못하는 소위 결식학생이 1만7천명이나 있다. 차 라리 아침을 굶더라도 도시락은 싸가는 것이 아이들의 자존심이고 부모의 애정이다. 친구들 보는 데서 결식을 할 정도면 아침도 굶었다고 봐야하고 자식에게 도시락을 안싸줄 정도면 부모는 두끼 를 굶고 있다고 봐야한다. 결국 결식자 숫자는 1만7천명이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땅이 안팔려서 어떻다거나 비실명채권이어야만 돈을 내놓겠다는 배부른 소리는 남의 얘 기다. 그런 그들앞에 KDI는 지난해 80억달러 정도의 외화가 해외로 '도피'된 의혹이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보고가 사실이라면 누가 빼돌린 것일까. 자식 도시락을 안싸준 서민이 달 러를 사서 해외로 빼돌린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IMF와의 사투에서 바깥의 상대와 싸우는 것보다 내부의 결속에서 더 크게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있는 점이 없지 않다. 서울의 5%상위 계층 그리고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대기업들은 내부의 계층간 분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이를 감지해야 한다.
정부도 경제논리에만 매인 메마른 정책발상보다는 80~90%의 다수계층의 심정적이고 감성적인 IMF극복 의지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절대다수 국민에게 반감과 좌절감 을 심어주면서 5%계층 중심으로 전열을 끌고 가면 IMF극복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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