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경의 베이징 동쪽 변두리 따싼즈(大山子)의 한 소학교 앞. 정문 앞에 10여명의 엄마와 아빠, 할머니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등에 가방을 맨 꼬마들 몇명이 교문을 나서자 우르르 달려가 가방을 대신 들어주거나 손을 꼭잡고 돌아간다. 엄마와 할머니에게 양손을 잡힌채 어리광부리며 가는 아이들도 보인다.
샤오황띠(小皇帝). 요즘의 중국 어린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당국이 70년대부터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강제적 계획생육(산아제한)으로 한가정 한자녀(소수민족은 2자녀까지)만 낳도록 엄격하게 규제, 부모와 자녀 1명만 있는 이른바 '알이쟈팅(二一家庭)'이 보편적인 가족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따라 자연히 집집마다 꼬마황제들이 득세(?)하고 있다.
부모들이 꼬마 하나만 쳐다보고 사는 셈이 돼 붙여진 또하나의 이름이 샤오타이양(小太陽). 태양주변을 뱅뱅 맴도는 위성들에 부모를 대비시킨 조금은 서글픈 별명이다.
이들 샤오황띠나 샤오타이양들은 가정에서 부모나 가족들이 지나치게 떠받쳐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탓에 버릇이 없고 유약하며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적 성격으로 자라나기 쉽다. 중국의 시사만화에는 어릴때 엄마 아빠를 찰싹찰싹 때리는 자식을 귀엽다고 응석으로만 받아주다 나중 부모가 늙었을때 자식한테 꼼짝못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뀌는 현실을 풍자하거나 숙제하기싫어하는 자식을 대신해 부모가 숙제를 하는 풍자만화들이 많다. 심지어 장에 가는 아버지를 따라나선 꼬마가 먹고싶은 것 다 사달라고 해서 그때마다 주머니돈을 털어 사주었는데 귀가길에 아이스크림집을 한참 지나쳐 또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해 아버지가 집에 가서 사주겠다고 하자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집에 돌아와 아이스크림을 사온 아버지가 자식버릇을 고치겠다고 이웃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줘버리자 꼬마가 제성깔을 못이겨 농약을 마시고 죽음직전에 살아난 그런 실화도 있다.
도시의 아이들이 샤오황띠라면 농촌의 경우는 좀 다르다. 취업부부들이 대다수인 도시가정에선한자녀만으로도 족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린데 비해 농촌가정에선 '가문을 잇기 위해 반드시 남아가 있어야 한다'는 전통관념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남아를 낳기 위해 계획생육의 규정을 어기고몰래 아이를 여럿 낳아 이리저리 아이부대를 끌고 남의 눈을 피해다니는 경우를 군대의 유격대에비유해 '차오성여우지뚜이(超生遊擊隊)'라 부르기도 한다. 오직 남아출산의 목적으로 낳다보니 딸자식은 인간대접도 못받기 일쑤여서 자식없는 집에 팔아버리거나 심지어 죽여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무튼 이런 아이들은 호적에도 못올라 호적없는 아이들이란 뜻의 '헤이후커우(黑戶口)'라 불리는데 좁고 더러운 방에 이런 헤이후커우가 우글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계획생육이 본격화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농촌에서는 계획생육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天下第一難)'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도시농촌을 막론하고 현재의 외아들, 외딸이 결혼할 경우 양쪽부모 봉양문제를 비롯 이기적 성향의 중국인 양산 등 국민성의 부정적인 변화도 예상되는 등 적지않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이처럼 계획생육의 심각한 부작용들이 불거지자 중국당국에서는 지난해 이 정책을 부분수정, 전국 6백40개 도시에서 외동아들, 외동딸이 결혼하면 두 아이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예상되는 부작용도 막고 선진국들의 인권시비도 가라앉히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농촌의남아선호로 인한 문제점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어 앞으로 중국당국의 대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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