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아오른 제작비논쟁

입력 1998-03-28 14:09:00

'고제작비=좋은 영화?'

2억달러(약 2천8백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퍼부은 흥행대작 '타이타닉'이 올해 아카데미상을 석권, 영화 제작비 논란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나는 세계의 왕이다!"

할리우드에서 거만한 고집쟁이로 소문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지난 23일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팔을 치켜든 채 이처럼 환호했다. '겸손'한 아카데미식 수상소감에익숙해있던 영화제작자들은 이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한편에선 그가 '진짜 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할리우드 기준으로 본다면 카메론 감독은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의 왕'이다. '타이타닉'으로 전세계 12억달러 수익이라는 미증유의 기록을 세웠기 때문. 제작비 인플레를 주도, 할리우드 영화시스템 자체를 위협한다는 비난은 이제 자취를 감췄다.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흥행수익을 올릴지 박스오피스 기록 경신에만 관심이 쏠려있을뿐.

카메론 영화의 거대 예산을 그토록 비판하던 미국 영화계는 왜 그의 손을 들어줬을까. 카메론의대답은 분명하다. 제작비를 적게 들였는지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대성공을 거둔 카메론감독은 '타이타닉'의 예산 초과로 애를 먹은 20세기 폭스사로부터 다음 영화 '혹성탈출' 리메이크판도 전폭적인 제작비 지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세기 폭스사는 지난해 적은 제작비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피터 카타네오감독의 데뷔작 '풀 몬티'에도 자금을 댔다. 정리해고당한 고개숙인 남성들의 스트립쇼이야기를 담은 이 영국영화는 겨우 3백50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 1억달러가 넘는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유니버설 콜럼비아 스튜디오를 운영한 제작자 프랭크 프라이스는 위선적인 할리우드의 이중성을지적한다. 영화제작자들은 저렴한 예산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실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 결국 흥행에 성공하면 영웅이 된다는 이론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흥행에 참패한 실패작들도 많이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 겸주연을 맡은 '워터월드' '포스트맨', 대니 드 비토의 '호파' '마틸다' 등이 대표적인 예. 마이클 치미노의 80년작 '천국의 문'은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스튜디오를 파산지경에 빠뜨릴 정도로 흥행참패를 기록했다.

어쨌든 '타이타닉'의 대성공은 영화제작자들에게 '백지수표'를 준거나 마찬가지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달나라에 가서 공상과학영화를 찍겠다고 해도 메이저영화사들이 달려들 정도로 제작비기록 경신이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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