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조작 북풍'이 안보삼켜서야

입력 1998-03-26 14:45:00

외환위기로 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되면서 한반도의 남쪽인 한국은 외국에 달러를 구걸하고북쪽은 외국에 식량을 구걸하는 수치를 겪게됐음을 자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북한보다 월등히 강한 경제력과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란 체제의 우월성때문에 맏형과 같은 역할을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을 버리지 않았다. 이같은 생각은 대북(對北)관련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근본적 신뢰의 바탕이 되었다.

맏형 역할의 대북관

경제력과 체제우월성에 근거한 국민의 대북(對北) 우월적 안보관(安保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의 대북전략과 안보의식은 오히려 북한에 놀아나는 수준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어 불안하기짝이 없다. 이같은 정치권의 안보의식수준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안보위기를 초래한다면 경제위기탈출도 어려워질뿐아니라 안보.경제 양방향의 위기가 국가의 앞날에 절망적 상황을 가져오지 않을까 두렵다.

최근 북풍조작사건수사도 그 전제가 대통령선거전과 관련이 있기때문에 정쟁(政爭)으로 발전할소지는 있지만 증거가 명백하다면 정치공방없이 처리될수 있다고 본다. 여야 어느쪽이나 충실한국가관을 가졌다면 대북관련 수사가 안보질서를 교란하는 방향으로 부작용을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북풍조작수사가 격렬한 정쟁을 유발하고 국민의 안보불안을 가져온것은 여야정치권의 국가관과 안기부.검찰등의 수사자세에 문제가 있기때문으로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여권의 태도는 이번 사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할만큼 미숙하다. 설사 북풍조작이 여당쪽 주장대로야당이 대선(大選)에 이용하기위해 저지른 잘못이라해도 실무적 접근으로 명백한 증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게 온당하다. 그렇지 않고 이번 경우처럼 여당의 부총재가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안기부 주요 비밀정보 문건을 언론에 폭로하는 방식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정치권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사실규명에 혼란만 줄뿐이었다.

폭로식의 북풍수사

뿐만아니라 북풍조작 피의자가 심문과정에서 할복하고 그뒤 '이대성파일'외에 또다른 북풍관련비밀문건이 있음을 시사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함께 관련혐의가 있는것으로 밝히고 있는 검찰의수사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아야할 안기부와 검찰의 조직정비가 마무리도 되기전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는것은 결국 이같은 안보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을 처음부터안고있었던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풍조작사건에 앞서 지난해도 황장엽(黃長燁)전 북한 노동당비서귀순사건과 관련'북한의전쟁도발론'과 '황리스트' 실재여부로 여야가 정쟁을 치른적이 있다. 이 문제도 주체사상의 창시자가 남한으로 귀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체제우월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안보국면을 맞았는데도 정쟁으로 인한 내부분열로 오히려 안보의 허점을 보였다.

이번 북풍조작혐의수사도 야당측의 정치공작적 압박의심과 맞물려 앞으로 어떤 사태로까지 악화될지 알 수 없다. '북과 내통했는지 여부에 따른 처벌'과 '수구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보지 않는다'는 김대중대통령의 발언은 사태악화를 막는 원칙으로 동의할 수 있다. 물론 안보를 정치에 이용해온 과거 정권의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실을 밝히고 그에따른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것도 당연하다.

정치권 가세 말아야

그럼에도 여기에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것은 북풍조작문제의 진실규명에 정치권이 앞장서 바람을잡는 일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만은 안보에 여야가 없는 통합된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거대야당도 애국적 국가관에 바탕한 협조가 있어야 하고 정부.여당도 정치적 방식의 안보문제접근을 철저히 배제해야 할것이다. 안보위기는 경제위기를 가중시 시키고 그것은 국가위기를 부른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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