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8-03-26 00:00:00

새정부 출범 이후 TV드라마의 사투리 위상도 크게 달라져 세태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즈음연속극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악역들에게 집중되는 반면 전라도 사투리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풍기는 배역들이 주로 쓰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의 연기자들이 사기꾼.깡패역을 도맡았던 과거와는 대조적일 뿐 아니라 최근 조사에서 호남배역이 등장인물의 절반 이상이나 차지한다니 문제다.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영덕 토박이 누구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지만 사기꾼 부부(이원재.권은하)만 유독 사투리가 억세고, '육남매'에 나오는 수전노 구멍가게 주인(최종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대…'의 사기꾼 이사장은 가련하게 살아가는 '계순'(이경진)에게 기둥서방으로 나타나 폭력을 일삼고, 아들뻘인 '민규'(송승헌)에게 죽도록 얻어맞는가 하면, 본처와 짜고 '계순'의돈을 뜯어내는 인간말종으로 묘사된다. 95년 첫방영돼 붐을 일으켰고 근래에 재방송된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종도'(정성모)는 그 반대였다. 전라도 출신으로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그는 비겁하고 의리도 없는 악질 깡패다. 이즈음은 그래서 정권교체에 발맞춰 드라마의 사투리도 지역을교대한게 아니냐는 비아냥을 사는 모양이다. 정권교체에 따라 특정지역의 사투리를 수단으로 시류에 영합하려는 발상은 구차스럽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리라. 안방을 점령해서 서민들에게 강한영향력을 뿌리는 연속극들이 사투리 남발로 영.호남 화합 분위기 조성은 커녕 지역감정을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새정부 권력기관의 요직은 특정지역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여론이 무성한때인 만큼 방송은 국민계도의 입장에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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