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등대지기를 생각하며

입력 1998-03-25 14:16:00

어릴적 우리가 부르던 노래중에 등대지기란 노래가 있다. 캄캄한 겨울바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수많은 고깃배들이 묵묵히 그 자리에서 불을 비쳐주는 등대에 의지해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는풍경은 그 자체로 평화이고 안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등대지기란 노래는 추운 겨울같은 시절을살고 있는 우리에게 희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이기(利己)에 찌들은 사람들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낙동강으로 폐수를 흘리는 사람들,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중국 한인들을 등쳐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사람들, 콩나물에 농약을 뿌려 큰돈을 번 사람들, 수백만원의 뇌물에 눈이 어두워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데 일조한 사람들 등등. 그들의 이기심으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 깊고 치명적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도대체 알지 못한다.

그들과는 다르게 소리없이 살아가는 등대지기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들은 조용하고 겸손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익명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사람들이 그러하고, 그늘진곳에서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러하고, 열마디의 말보다 몸으로 모범을 보이는 깨끗한 선생님들이 그러하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만하고 회생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밀려든 물신풍조에 대책없이 표류하던 우리 사회가 몇몇의 등대지기로 인해 그래도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큰 과제에 한 발 한 발 접근하고 있다면 빈 말일까. 두꺼운 얼음밑으로계곡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얼어붙은 대지위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깊은 밤 부끄러운마음으로 불러본다. 등대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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