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이상일씨-아들-사위 탈도시 재기스토리

입력 1998-03-23 14:29:00

경제난과 실직으로 고통받던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한 대가족이 버려진 화전(火田)을 일궈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상일씨(60)와 아들 병희씨(27) 사위 장태상씨(32) 부부 등 세 가족. 이들이 농부가 되기로 한 것은 지난해 초. 20여년간 울산수협에서 근무하던 이씨가 정년을 맞았고, 마침 아들 병희씨가 울산현대정공, 사위 장씨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다 직장을 잃었던 것.

낙담해 있는 아들과 사위를 이씨가 추스렸다. "함께 버려진 땅을 일궈보자"

이들은 퇴직금과 살던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1억7천만원을 마련,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의1 속칭 밤나뭇골 일대 화전 3만여평을 구입했다. 트랙터 경운기 콤바인 트럭 등 농기계도 샀다.

버려졌던 밭이라 손이 많이 갔지만 세 가족이 함께 땀흘리며 고랭지 소채농사를 지은 결과 지난해 6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억5천만원. 농사 경험이 있는 이씨의 지도로 무 배추 감자 등을 열심히 재배하면 부농이 되는 날도 멀지 않다고 그들은 믿는다. 특히 해발 4백m 고지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품질이 뛰어나 대구 동아백화점, 울산 쥬리원백화점 등과 납품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큰 힘.

생활은 불편하다. 삶터가 인근 마을과 4㎞나 떨어져 외진데다 전기 조차 공급되지 않는다. 집이라야 컨테이너 막사 3동이 전부.

그러나 땀흘린 만큼 보답하는 '흙'이 곁에 있어 힘들지 않다. 게다가 영양군에 농가주택 3동의 신축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라 연말이나 내년초엔 친척집에 맡겨둔 자녀들을 데려와 살 수도 있게 될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

도시생활에 지쳐 하나같이 찌들었던 가족의 얼굴, 끔찍했던 해고의 충격도 '흙'이 어루만지고 있다.

〈영양·金基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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