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고향-미 텍사스주 마르파

입력 1998-03-21 14:18:00

미국 텍사스의 광활한 대지 배경 - 영화 '자이언트' '자이언트'는 그 제목처럼 큰 영화다. 2대에 걸친 스토리나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그리고 40여년전 첫개봉 당시 1천2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던 대기록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무대가 된 미국텍사스의 광활한 대지 덕분에 영화 '자이언트'는 영원한 대작으로 기억된다.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는 종마를 구입하기 위해 버지니아주에 있는린튼가를 찾아갔다가 린튼의 딸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빅을 따라긴 열차여행끝에 광활한 텍사스에 도착한 레슬리에게 빅의 조수격인 제트 링크(제임스 딘)는 사랑을 느낀다. 레슬리가 들어온 것을 불쾌해하던 빅의 누이는 낙마 사고로 죽으면서 제트에게 작으나마 불모의 땅을 상속으로 남기고, 제트는 그 땅에서 석유가 나와 재벌로 성장하지만 레슬리에 대한 열정으로 괴로워한다.

'자이언트'의 무대는 텍사스주 마르파. 텍사스주 서남단, 애리조나주와 멕시코 경계 가까이에 있는 소도시.

기자는 첫 기착지를 텍사스주 최대 도시인 댈러스로 정했다. 이곳에서 마르파까지는 약1천km. 항공편이 마땅치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기자는 텍사스 대평원의 정취를 몸소 체감하고 특히 텍사스서부 유전지대를 관통하려는 목적으로 이 거리를 자동차로 달리기로 했다.

대평원은 녹색으로 넘실대는 기름진 농토였다가 드문드문 선인장이 자라난 사막이었다가 거대한오일펌프가 끄덕끄덕 원유를 퍼내는 유전지대로 변한다. 그렇게 달리기를 약7시간. 텍사스 서부유전지대의 중심도시인 미드랜드에 닿았다. 유전은 영화 '자이언트'에서 드라마틱한 전기를 이룬다. 고독한 제트가 일약 백만장자로 변해 '레아타 목장'의 주인 빅과 맞서게 된 극적 전환점이었다.

미드랜드에서 또다른 유전도시인 오데사로 향하는 길에 기자는 영화 '자이언트'속의 한장면을 실제로 체험했다. 바로 지독한 폭풍우가 그것이었다.

제트가 거대한 석유왕국을 이뤄 그를 위한 대연회가 열리는 날, 이날은 제트와 빅 사이의 갈등이화산처럼 폭발한 날이기도 했다.

제트가 운영하는 호텔의 미용실에서 빅의 며느리가 멕시코인이라는 이유로 머리손질을 거부당하자 아들 조던이 연회장에 입장하는 제트를 가로막아 사과를 요구했다. 그순간 제트는 조던에게주먹을 날렸고, 여기에 분개한 빅은 제트를 옆방으로 불러내 한바탕 격투를 벌인다.이날 호텔밖에는 거센 폭풍우가 몰아쳤다. 나무가 부러져나갈 정도의 강한 바람에 폭포처럼 퍼붓는 빗줄기.

꼭 그것이었다. 오데사의 하늘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속에서 본듯한 어마어마한 비행접시 모양의거대한 먹구름으로 덮여있었다. 1분이 멀다하고 지상을 향해 내리꽂히는 번갯불은 실로 우주전쟁의 한장면을 연상케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와 몰아치는 돌풍에 차체가 금방이라도 날려갈듯 요동을 쳤다. 텍사스 대평원의 거친 폭풍우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댈라스를 떠나 1박2일만에 도착한 마르파는 깨끗하고 평화로운 인구 약1천4백명의 그야말로 조그만 도시였다. 이곳에는 과연 영화 '자이언트'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행여 마땅한 사진거리조차 찾기 힘들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거리 사진을 찍고 있던 기자를 보고 어느 중년 백인여인이 말을 붙여온다. 자신의 이름을 샌드라 미드라고 소개한 이 여인은 마르파가 영화 '자이언트'의 무대였음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그녀는 "더 정확한 것은 신문사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며 기자를 끌다시피해서 마르파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빅밴드 센티널'지 사무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영화 '자이언트'가 촬영됐던 바로 그목장과 촬영 당시 출연진이 머물렀다는 호텔 두곳의 장소를 확인할수 있었다.

'자이언트'의 주요무대가 됐던 베네딕트가(家)의 농장은 마르파 시내에서 약30km 떨어져있었다.실제 이름은 '에반스 라이언 목장'. 제작진은 이 목장에 영화속의 거대한 저택과 제트의 초라한움막을 지었다. 그러나 이 저택은 영화 촬영후 화재가 발생해 불타버렸고, 촬영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자취는 찾아볼수 없게 됐다는 것.

목장 정문앞에는 대륙을 횡단하는 철로가 달리고 있다. 영화속에서 레슬리가 텍사스 땅을 처음밟았을때 기차에서 내렸던 곳이 바로 여기인 셈이다.

마르파 시내 한 중심에는 '엘 파이사노'라는 고풍스런 호텔이 있다. 여기가 바로 '자이언트' 촬영당시 제임스 딘 등 출연배우와 주요 스태프가 머물렀던 곳이다. 호텔 1층 로비에는 출연진들의사진을 붙여놓은 쇼윈도와 함께 '자이언트'를 특별보도한 '라이프'지를 액자에 담아 전시하고 있어 이곳이 영화 '자이언트'의 현장임을 실감케 한다.

마르파에서는 지난 95년 5월에 영화 '자이언트' 40주년을 기념한 행사가 열렸다. 마르파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출연진이 합류한 가운데 촬영장소인 '에반스 라이언 목장'에서 바베큐파티가 벌어졌다고 한다.

마르파 상공회의소 직원 래리 리베라는 "마르파는 목장지대의 중심도시로서 목장을 배경으로 한많은 영화의 촬영현장이 돼왔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아직 영화 '자이언트'를 마르파의 상징으로개발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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